경찰 총격에 숨진 17세 배달원… 프랑스서 분노 시위, 음바페도 “용납못해”

프랑스 낭테르에서 교통경찰이 10대 운전자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 총성이 들린 뒤 운전자는 얼마 못 가 사고를 내고 숨졌다. / 트위터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도망치려던 10대가 경찰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각지에선 경찰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도 경찰 대응을 비판했다.

29일(현지 시각) B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 검찰은 지난 27일 낭테르에서 교통검문 중 달아난 알제리계 소년 나엘.M(17)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관(38)을 고의 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서 경찰 2명은 정차한 차량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이때 멈춰 섰던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자, 경찰은 방아쇠를 당겼다. 영상에는 경찰이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말하는 음성도 포함돼 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나엘이 몰던 차량은 총성이 들린 뒤 얼마 못 가 어딘가에 충돌했다. 나엘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경찰은 당초 나엘이 차를 몰고 자신들에게 돌진하는 바람에 발포한 것이라고 진술했으나, 해당 영상이 유포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나엘 측 변호인은 나엘을 살해한 경찰관뿐만 아니라 허위로 증언한 동료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나엘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배달 기사로 알려졌다. 나엘의 지인이라고 밝힌 55세 여성은 “그는 비행청소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나엘이 사건 당일 몰던 노란색 메르세데스는 렌터카였으며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의 검문을 받다 이 같은 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 안에는 동승자 2명이 더 있었는데, 1명은 도주했고 나머지 1명은 미성년자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풀려났다.

28일(현지시각) 프랑스 낭테르에서 교통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17세 소년을 추모하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각) 프랑스 낭테르에서 교통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17세 소년을 추모하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낭테르를 중심으로 프랑스에선 경찰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버스 정류소를 망가뜨리고 차와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다. 파리 남쪽 프렌에선 폭죽을 터뜨리며 교도소를 공격하는 등 폭력적인 양상도 나타났다. 이날 오전 2시까지 시위대 가운데 최소 3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도 “어떤 것도 청년의 죽음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PSG)도 트위터에 “나의 프랑스가 아프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적으며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인권단체들은 2017년 법 개정으로 프랑스 경찰의 총기 사용 권한이 확대되면서 총격 사망사건이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경찰의 검문에 불응하는 과정에서 1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3명, 2020년에는 2명이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흑인이거나 아랍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