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 파리 공격 피하려면 파란색 옷은 피하세요

김지숙 2023. 6. 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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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 파리가 파란색 물체를 좋아하는 것은 앞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구를 주도한 샌터 박사는 "곤충한 현장 연구에서 파리가 파란색에 잘 현혹된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유명했다. 그래서 파리를 방제하기 위한 덫을 파란색으로 만들어왔다. 다만 왜 파리가 파란색에 유독 끌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영국 <가디언>에 28일(현지시각) 말했다.

그동안 주된 가설은 파리가 파란색을 쉬기 좋은 그늘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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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파란색을 ‘먹이’로 오인하는 파리
흡혈 파리가 파란색에 잘 유인되는 이유가 파리의 시각이 먹이가 되는 동물과 파란색 물체를 잘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라일 부스/미국 플로리다대학 제공

흡혈 파리가 파란색 물체를 좋아하는 것은 앞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왜 파란색에 이끌리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최근 그 이유가 파리가 파란색을 ‘먹이’로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버리스트위스대학교 생명과학과 로저 샌터 박사와 연구팀은 파리의 파란색 선호를 알아보기 위해 파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시각처리 과정을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개발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최근 과학저널 <영국 왕립학회보 비(B): 생물학>에 실었다.

연구를 주도한 샌터 박사는 “곤충한 현장 연구에서 파리가 파란색에 잘 현혹된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유명했다. 그래서 파리를 방제하기 위한 덫을 파란색으로 만들어왔다. 다만 왜 파리가 파란색에 유독 끌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영국 <가디언>에 28일(현지시각) 말했다.

그동안 주된 가설은 파리가 파란색을 쉬기 좋은 그늘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그림자가 파리의 눈 위에 드리워졌을 때 푸르스름한 색을 띄기 때문이다. 파란색 덫이 파리의 눈에는 동물과 비슷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금껏 증명된 바 없었다.

연구진은 의문을 풀기 위해 체체파리, 침파리, 말파리 등 흡혈파리 시신경의 다섯 가지 광수용체 반응을 본뜬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s)을 만들었다. 파리의 뇌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구현해 본 것이다. 그런 다음 나뭇잎에 앉은 동물, 음영이 있는 표면과 그렇지 않은 표면, 파리 방제에 사용되는 파란색 덫 등을 분류하도록 했다. 인공 신경망으로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반복했다.

연구 결과, 인공 신경망은 대부분 높은 정확도로 나뭇잎을 배경으로 하는 동물, 그림자가 있는 표면과 없는 표면을 잘 구별했다. 그러나 파란 덫은 동물로 잘못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덫을 그림자로 분류한 경우는 없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파리의 시각에서 파란 덫은 피를 빨 수 있는 동물과 유사해 보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실험을 위해 설치했던 파란색 덫(왼쪽)과 말의 다리에 붙어 피를 빠는 침파리. (해당 연구와는 무관한 자료사진) 플로리다대학 제공

샌터 박사는 “파리가 파란색 덫에 더 잘 유인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파리 방제에 도움이 된다. 파리는 여러 감염병의 매개자가 되기 때문에 파리 방제는 질병 통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감염병인 ‘수면병’(아프리카 트리파노소마증)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수면병은 흡혈 파리가 옮기는 기생충인 ‘트리파노소마’에 의해 감염되는 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서 연간 50만명이 이 병에 감염돼 숨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국내서도 차박, 낚시, 캠핑 등으로 야외 활동이 늘어나며 흡혈 파리 피해 사례가 전해졌다. 흡혈 파리는 날카로운 날이 달린 턱으로 피부 조직을 찢고 피를 빠는데, 물릴 당시엔 크게 아프지 않지만 이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며 심각한 가려움증을 겪을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흡혈 파리가 위험한 감염병을 전파한 적은 없다. 국내 자생하는 흡혈 파리는 먹파리 종으로, 주로 6~9월 계곡이나 강가, 해안가 등에 활동한다. 자생지에 접근할 경우에는 벌레 기피제를 뿌리고, 푸르거나 어두운 색의 옷이 아닌 하얀색, 노란색 등의 밝은 계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3.0463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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