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조사한다” “카르텔 엄단한다”…尹정부 ‘압박’에 떠는 기업들
尹정부 개입에 주가도 ‘휘청’…업계 “개입 과도해선 안 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정부가 식품물가와 사교육 등 주요 분야에 직접 칼을 빼들었다. 라면과 밀가루 등 구체적인 품목을 언급하며 공공연하게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가 하면, '공정 수능' 명목으로 '사교육 카르텔 엄단'을 지시한 이후에는 전방위 세무조사에 돌입해 학원가 압박에 나섰다.
당국은 공공재 성격의 품목에 대해서는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개입 수위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국의 압박에 기업들은 사실상 백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기업들은 일종의 '테마주'로 묶여 정부 조치에 따라 주가도 급등락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 칼날'에 꼬리 내리는 기업들
29일 사교육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세청은 대형 입시학원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초점은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일대를 향했다. 세무당국은 서초구 메가스터디, 유웨이 본사와 강남구 시대인재, 종로학원 등을 대상으로 불시 세무조사를 벌였다. 대성학원이나 이투스 등 다른 입시학원도 조만간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학원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와 '사교육 카르텔 엄단'을 언급한 지 보름도 안 돼 나온 조치다. 교육부도 사교육 비위 집중단속 구간을 가지며 법적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부는 사교육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과 불안감 조성이 비정상적인 교육비 지출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교육 카르텔 엄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식품물가에도 직접 개입해 가격 인하를 이끌어냈다. 지난 27일 농심을 필두로 라면업계와 제과제빵업계가 잇따라 주요 품목의 출고가를 4~5%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국제 밀 값이 내렸으니 라면 출고가도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지 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라면과 제분업계 간 담합 가능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언급한 지 6일 만이다.
이를 두고 "기업이 윤석열 정부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공정위 조사에 더해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상황에서 기업이 '마이웨이'를 고집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생필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떳떳한 기업이라도 공정위 조사를 받는다고 하면 주가도 떨어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당한 조치'일까 '과도한 개입'일까
실제 최근 도마에 오른 식품물가와 사교육 문제와 연계된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라면업계 중 가장 먼저 가격 인하를 결정한 농심의 주가는 전날 4.76%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 기준 1.13% 추가 하락한 39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 인하에 동참한 삼양식품‧오뚜기‧SPC삼립‧롯데웰푸드‧해태제과 모두 하락세다. 세무조사를 받은 메가스터디 역시 지난 일주일 동안 10% 가까이 떨어져 10만6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정부의 개입 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 관련 대기업 임원은 "불공정 행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타당한 조치이지만 세부 품목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게 마이크로한 행위이다. 이번 정부가 검찰 때 습성을 못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식품 관련 대기업 관계자도 "공공재 성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정부 개입이 과도해지는 전례가 있는 만큼 우려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시장 개입 조치를 두고 '적절한 수준'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줄 잇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가치 판단은 어려운 문제"라며 "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방향의 개입은 바람직하지만, 상시적인 가격 통제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독점 경쟁이나 불공정 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정부 개입은 타당하나, 개별 품목에 대한 통제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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