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도전자들, 슈퍼팀 시대 발발?
'슈퍼팀',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지만 최근들어 종종 언급되는 단어다. 사기팀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과 네임밸류를 자랑하는 팀에 따라붙는 명칭이다. 물론 단순히 강하다고해서 슈퍼팀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한시대의 획을 그은 시카고 불스 왕조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같은 경우 슈퍼팀이라기보다는 그냥 강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외부영입보다는 팀에서 자체적으로 키운 프랜차이즈급 선수들의 활약이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의 마이애미 히트 빅3처럼 한팀의 에이스 혹은 그에 준하는 선수들이 뭉쳐 확 달라진 팀을 만들어내거나 본래도 강한 팀에 또다른 스타급들이 추가되어 전력이 더욱 업그레이드된 경우를 말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하지만 이른바 '보는 재미'라는 관점에서 슈퍼팀이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좋든싫든 슈퍼팀의 우승여부와 혹은 대항마들의 경쟁 관계를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다음 시즌 KBL은 슈퍼팀 전쟁이라고봐도 과언이 아니다. 비시즌간 알찬 보강을 통해 슈퍼팀에 가까운 전력을 완성한 팀이 여럿있는지라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단연 서울 SK 나이츠다. 지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 시즌에는 핵심전력 최준용없이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등 리그 최고 강호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규시즌 MVP '플래시 썬' 김선형(34‧187cm)과 최우수 외국인선수 '잠실 워니' 자밀 워니(29‧199cm)의 'MVP 콤비'가 건재한만큼 다음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가운데 한팀이다.
외려 전력은 더 강해졌다. ‘영미’ 안영준(28‧194.1cm)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비롯 젊은 선수들은 경험을 더 쌓았고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이 대부분인만큼 조직력 역시 여전히 탄탄할 전망이다.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있으니 라이벌팀 안양 KGC 간판스타 ‘사자왕’ 오세근(36‧199.8cm)의 합류다.
지난 시즌 KG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SK를 꺾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세근이라는 특급 토종 빅맨의 역할이 컸다. SK는 가드진을 앞세운 속공 농구에서 우위를 가져갔으나 국내 최고 빅맨중 한명인 오세근의 파괴력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하던 오세근의 영향력에 탄탄하던 기세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넘겨주고 말았다.
챔피언결정전 MVP 역시 오세근의 몫이었다. 때문에 오세근이 원소속팀에 남아있었더라면 올시즌 목표 역시 ‘타도 오세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세근을 데려옴으로서 최고의 숙적이 사라진 것을 비롯 큰 폭의 전력 향상까지 이뤄내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상태다. 기존 ‘버팔로’ 최부경(33‧200cm)을 주전과 백업을 오가는 전방위 빅맨으로 쓸 수 있게 된 점도 플러스 요소다.
SK와 전희철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않았다. 아시아쿼터를 통해 고메즈 드 리아노(24‧ 183cm)까지 영입했다. 필리핀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B리그 도쿄 Z와 리투아니아리그 BC울브스에서 활약한 바 있는 리아노는 좋은 탄력과 운동신경에 출중한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알려져있다. 까다로운 전감독이 만족감을 드러냈을만큼 기대되는 선수다.
SK의 뒤를 이을 팀으로는 전주 KCC, 창원 LG, 수원 KT 등이 꼽힌다. 특히 KCC같은 경우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SK와 힘대 힘 대결이 가능해보인다. KCC팬들은 진작부터 다음 시즌을 기다려왔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KBL 아이돌' 허웅(30‧185cm)과 '두목 호랑이' 이승현(31‧197cm)을 영입한데 이어 군 복무중인 '교란트' 송교창(27‧201.3cm)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KCC판 빅3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기대치않았던 '준 드래곤' 최준용(29‧200.2cm)까지 가세하며 판타스틱4 가동도 가능하게 됐다. 공수에서 1~3번을 모두 소화할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실에’ 정창영(35‧193cm)이 벤치에서 출격한다는 점도 든든한 요소다. 하지만 게임을 풀어나갈 메인 볼 핸들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인선수 영입 또한 마무리가 되지않은 상태인지라 장점 못지않게 약점 또한 뚜렷하다.
아시아 쿼터로 영입한 캐나다 필리핀 이중국적의 포인트가드 제프리 에피스톨라(26‧180cm)의 기량 또한 아직까지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주전급 이름 값에서는 SK못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포지션별 밸런스, 선수층에서 밀리며 핵심 선수들이 아직 손발을 제대로 맞춰보지못한 상태인지라 조직력 문제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잠재력은 강하지만 안정감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다.
LG같은 경우 외국인 듀오 '이집트 왕자' 아셈 마레이(31‧206cm)와 단테 커닝햄(36‧ 203cm) 모두와 재계약에 성공한 부분이 가장 든든하다. 외국인선수가 팀에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했을때 그런 부분에서 걱정을 안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반절은 먹고 들어간다. 거기에 이재도(31‧179cm), 저스틴 구탕(26‧188cm), 양준석(22‧180cm)의 포인트가드진은 다양한 조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토종 에이스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비시즌 양홍석(26‧195cm)을 영입하며 해결한 상태다.
수원 KT는 '스테판 훈리' 허훈(28‧180cm), '문길동' 문성곤(30‧195.6cm), ‘베이비 헐크’ 하윤기(24‧204cm) 라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 허훈은 외국인선수도 인정하는 국내 최고 공격형 가드다. 한창때 전태풍이 그랬듯 마음먹고 코트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면 더블팀으로도 막아내기 쉽지않다. 그런 허훈과 차세대 국내 최고 빅맨 하윤기와의 조합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 수비 명인 문성곤을 데려와서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췄다는 평가다. 서로간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