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롯데의 불편한 6월 지표···수비 잘하는 ‘약팀’은 없다
#1. 28일 사직 삼성-롯데전 2회초.
삼성이 2-1로 리드하던 가운데 2사 만루, 타석의 피렐라가 롯데 우완 이인복의 3구째 포크볼을 받아쳤는데 공의 밑동을 때렸다. 타구는 2루수박승욱과 우익수 윤동희 사이로 떠올랐다. 우익수가 잡는다면 낙구 지점에 미리 도착해 아주 편안하게 잡을 만한 타구였다. 그러나 두 야수 모두 머뭇거렸다. 오히려 2루수가 적극성을 보이더니 타구를 그라운드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전광판에는 안타 1개가 추가됐지만 사실상 실책이었다. 삼성이 롯데 실수로 흐름을 잡아가는 듯했다.
#2. 28일 삼성-롯데전 4회말
롯데는 1-5로 끌려가던 가운데 이닝 선두타자 렉스가 유격수 앞 땅볼로 아웃됐다. 갈 길이 멀어보였다. 후속타자 유강남의 2루수 앞 타구 역시 평범한 땅볼이었다. 그런데 삼성 2루수 김지찬이 글러브에 공을 넣지 못하며 옆으로 흘렸다. 그렇게 1루에 주자가 생겼지만, 다음타자 박승욱의 타구도 2루수 앞 땅볼. 병살 처리도 가능해 보인 가운데 이번에는 김지찬의 2루 악송구가 나왔다. 이닝이 벌써 끝났어야 할 상황이 1사 1·3루가 됐다. 롯데는 아쉬움이 컸을 삼성 투수 수아레즈를 두들기며 대거 4점을 뽑아 5-5 동점을 만들었다. 심리적 흐름은 이미 역전이 되고도 남은 상황이었다. 롯데는 9-6으로 승리했다.
#3. 27일 삼성-롯데전 9회말
삼성은 3-2 살얼음 리드 속에 마지막 이닝을 맞아 1사 1·3루로 몰렸다. 삼성 좌완 이승현이 6구째 던진 패스트볼에 롯데 안치홍이 반응한 가운데 타구는 원바운드로 튀어 오른 3루수 땅볼. 삼성 3루수 김호재는 홈송구를 3루주자를 잡아낼 수 있었지만 병살을 선택했다. 그러나 김호재의 송구는 왼쪽으로 살짝 치우쳤고, 포구 자세가 좋지 않던 2루수 김지찬의 1루 송구는 원바운드가 됐다. 동점을 내준 삼성은 곧바로 유강남에게 끝내기 투런홈런을 맞았다.
두 팀의 주중 3연전 중 앞선 2경기는 서로가 흐름을 빼앗는 게임이 아닌 실수로 흐름을 내주는 횟수와 정도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수비 실수로 서로에게 틈을 내주는 장면이 거듭된 가운데 그때마다 데미지가 더 컸던 삼성이 2연패를 했다.
두 팀은 ‘6월의 2약’이다. 6월 들어 페이스가 가장 좋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28일 월간 성적 7승17패(0.292)를 기록했고, 롯데는 최근 2연승에도 8승16패(0.333)로 고전했다.
투타 모두 밸런스가 좋지 않았지만, 두 팀의 6월 부진은 수비 지표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이달 들어 실책을 20개나 기록했다. 6월 최다 실책 팀이다. 삼성은 지난 4월만 해도 최소 실책 팀이었다. 팀 실책이 겨우 9개로 팀당 평균치(18개)의 절반 수준이었다. 삼성은 투타 모두에서 내세울 전력이 아니지만, 4월에는 월간 성적 12승12패로 5할 승률을 사수했는데 그 배경에는 안정적인 수비력이 있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약세다. 특히 야수들의 수비 범위가 대체로 좁아 인플레이타구의 아웃 비율인 ‘수비효율(DER)’이 매시즌 바닥권이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난 5월에는 수비효율 0.690을 기록하며 리그 4위 지표를 쓸 만큼 큰 변화를 보였지만 6월 월간 수비효율은 0.654로 다시 최하위다.
타력은 좋은데 성적이 잘 나지 않는 팀은 종종 있다. 투수력은 꽤 괜찮아도 그런 팀이 간혹 있다. 올해 최강 선발진의 키움이 투타 부조화로 힘든 초반을 보냈다. 그러나 수비 잘하는 ‘약팀’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비력이 투수력 등 다른 지표와 연동성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과 롯데는 기본부터 다시 챙길 시간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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