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현기영 "태영호 4·3 발언은 역사 왜곡이자 지식 왜곡"

신재우 기자 2023. 6. 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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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4·3 영령이 찾아와 나를 고문하는 꿈도 꿨다."

소설가 현기영(82)에게는 여전히 4·3의 한이 서려 있다.

문학을 통해 4·3사건을 다루는 다른 작가들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에게 4·3이 여전히 문학의 소재인 이유는 "4·3이 아직까지 역사가 되지 못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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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제주도우다' 1,2.3 출간 간담회
[서울=뉴시스] 29일 소설가 현기영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신간 '제주도우다' 출간을 맞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창비 제공) 2023.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밤에 4·3 영령이 찾아와 나를 고문하는 꿈도 꿨다."

소설가 현기영(82)에게는 여전히 4·3의 한이 서려 있다.

29일 소설 '제주도우다' 출간 기자 간담회를 연 현 작가는 "4·3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갚았다는 생각을 갖고 이제는 다른 걸 써보자 했지만 그게 잘 안됐다"면서 다시 한번 제주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1978년 제주 4·3사건을 처음으로 알린 소설 '순이삼촌'을 펴낸 지 4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4·3 사건은 그를 지배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그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운명적이었다"며 회상했다. "문단에 등단하고 제주 4·3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위협은 있었지만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서 4.3이 나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간 소설 '제주도우다'는 다시 4·3 사건에 대해 다루지만 다른 접근법이다. 이전 소설이 제주도민들의 수난에 대해 다뤘다면 '제주도우다'에는 항쟁이 있다. 주인공 안창세의 목소리로 잘 알려지지 않은 4·3의 주체가 된 청년들의 항쟁 속 낭만과 로맨스, 열정 등을 담아냈다.

노인이 된 창세의 회고담 형식으로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소설의 방식이다.

"젊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로맨스도 넣고 낭만도 넣었습니다. 이런 심각한 소설에는 즐거움과 기쁨을 넣어야 독자들이 오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했는데 설득이 될지 잘 모르겠네요."

그는 "지금의 세대는 무겁고 진지한 걸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구식 로맨스나 진지한 문학도 사랑해야 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학을 통해 4·3사건을 다루는 다른 작가들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현 작가는 "젊은 작가에게 4·3은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일 것"이라며 "도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정면으로 할지 에피소드 위주로 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고 한강 작가는 좋은 작품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은 4·3사건과 근현대사를 다룬 현기영의 '필생의 역작'이기도 하다. 그에게 4·3이 여전히 문학의 소재인 이유는 "4·3이 아직까지 역사가 되지 못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좌와 우의 쟁투 속에 2~4만명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현재 역사에 올라와 있는 수준이예요. 그런데 역사에 제대로 올라가려면 항쟁의 정당성이 나와야죠. 당시 분단국가가 되려는 것을 막으려고 했던 젊은이들이 있었고 가장 격렬하게 주장한 게 제주도였다는 바로 그 대목도 역사에 올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제주에서의 학살에 있어서는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까지도요."

[서울=뉴시스] 29일 소설가 현기영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신간 '제주도우다' 출간을 맞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창비 제공) 2023.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4·3사건이 김일성의 지시였다는 주장 등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4·3사건 관련 논란에 대해 현기영은 "그야말로 역사왜곡이고 지식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무장봉기는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서 한 게 아니예요. 너무 억울하니 앉아서 죽느니 싸우려고 한 거죠. 그떄의 항쟁은 단독 선거를 반대한다는 이념도 있었지만 무지막지한 탄압에 대한 저항이었죠."

1,2,3권으로 풀어낸 4·3 사건의 긴 이야기지만 작가는 소설이 다시 한번 위로가 되길 바랐다. "4·3의 희생자는 단순히 숫자적 통계가 아니라 한명 한명 하늘이 내려준 생명이고 그게 파괴된 겁니다. 국가가 존재하는데 왜 국민이 파괴됐는가, 국가는 무엇인가에 대해 4·3이 이야기하는 게 있 것이고 그래서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거죠."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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