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작가’ 현기영 “대참사의 영령이 소설을 쓰게 했다”
수난과 항쟁 시대 4년간 집필
‘4·3의 작가’로 불리는 현기영 소설가가 3권짜리 대하소설 ‘제주도우다’를 출간했다. 29일 서울 서교동 창비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난 현 작가는 “한 4년간 썼는데 내가 다룬 건 4·3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소설 ‘제주도우다’는 현 작가의 대표작 ‘순이 삼촌’의 직전 시대를 다룬다. 1943년부터 1948년 제주 4·3사건이 발생하고 토벌이 이뤄지기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4·3사건에서 살아남은 안창세가 노인이 되어 ‘살아남은 자’로서 당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 작가는 “4·3의 영령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현 작가는 작가 데뷔 후 ‘순이 삼촌’으로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까지 했다.
“4·3 이야기를 쓰는 건 금기에의 도전이었다. 부채의식을 이 소설로 갚고 사실 이후에는 순문학을 하려 했다. 그러나 같은 악몽을 두 번 꿨다. 보안사에서 당했던 것과 동일한 꿈이었는데, 고문 주체가 4·3 영령들이었다. ‘네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호통을 치셨다.”
한 세기 전의 이야기를 쓰지만 그는 “이번 책은 역사소설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4·3은 공식 역사에서 배제돼 있다. 정식으로 역사에 편입이 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역사소설일 수 있겠나. 문체도 과거의 것이 아니고 내용적으로도 4·3은 당대적인 얘기라고 생각한다. 역사소설이 아니라 현대소설이다.”
당초 제목은 ‘또 하나의 나라’로 결정하려 했다. 제주도는 ‘나라 속의 나라’라는 생각에서였다.
“제주도는 과거부터 내국의 식민지 같은 삶을 살아왔다. 나라 속의 식민지였고 일종의 복속된 나라였다. 그래서 ‘또 하나의 나라’를 제목으로 삼으려다 ‘제주도우다’로 정했다.”
제목 ‘제주도우다’는 ‘돕다’라는 뜻으로도 읽히고 ‘입니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 방언 ‘~우다’를 뜻하는 어미로도 읽힌다.
현 작가는 “4·3은 수난과 항쟁의 순환이다. 이번엔 수난과 항쟁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며 “진지하고 참혹한 참사의 이야기만 나오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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