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재판서 시세조종 혐의 부인···‘배후설’ 제기했다 제재

이홍근 기자 2023. 6. 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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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허가 없이 투자자문 회사를 운영하면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 씨가 지난달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일당이 첫 공판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했다. 라 대표는 “폭락으로 이득을 본 이들이 따로 있다”며 배후설을 재차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주가 폭락이 아닌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재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무등록 투자일임업),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라 대표와 측근 변모씨,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라 대표는 2019년 5월부터 시세조종 조직을 만들어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약 7305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2019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들은 매매팀, 정산팀, 영업팀을 만든 뒤 투자자로부터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씨와 안씨는 라 대표 지근거리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총책 역할을 했다.

라 대표는 이날 공판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했다. 라 대표 측 변호인은 “시세조종으로 오해받을 주식매수 지시를 한 적은 있으나 시세조종을 한 적 없고 의사도 없었다”면서 “가치투자였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가 투자한 8개 종목의 주가가 꾸준히 오른 것은 사실이나, 순전히 우연의 일치라는 것이다. 변호인은 “증권사들이 펀드를 조성해 주식을 거래하는데, 그때도 보다 싸게 사서 고점에서 팔아서 이득을 챙기려는 거래 형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라 대표 측은 통상적인 거래라는 증거로 “검찰 측에서 제시한 보고서를 보면 호가관여율이 낮다”는 점을 제시했다. 호가관여율은 전체 주문 중에서 시세조종 주문 등이 차지하는 비율(시세조종주문 주식수/전체 주문 주식수)을 말한다. 호가관여율은 시세조종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데, 금융감독원이 시세조종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5%로 알려졌다. 라 대표 일당은 호가관여율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4년간 주가를 천천히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라 대표는 측은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액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요소를 반영해야 하며, 미실현 이익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무등록 투자일임업 운영 혐의는 인정했다.

라 대표 측은 ‘폭락 배후설’도 거듭 제기했다. 라 대표는 구속 전부터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를 낮춰 상속세를 줄이려고 공매도를 해 주가가 폭락했다고 주장해왔다. 라 대표 측 변호인은 “투자자, 피해자 등이 궁금한 것은 과연 누가 이 대폭락을 시켰느냐, 아무리봐도 세력이 있는 거 같은데 그 세력인 누군지 알고 싶다는 것”이라며 “여기 법정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피해를 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판을 받는 내용은 시세조종에 의한 부당이득 취득 부분이지 폭락이 아니다”라며 “시세조종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할 수밖에 없다”고 잘랐다.

라 대표와 함께 재판에 출석한 변씨도 무등록 투자일임업을 제외한 혐의를 부인했다. 안씨는 시세조종 뿐만 아니라 무등록 투자일임업 운영 혐의도 부인했다. 핵심 3인방과 함께 기소된 장모씨와 박모씨, 조모씨는 기록 복사 및 검토가 늦어졌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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