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역’ 쏟아내고, 삼켜내고…살인 전과자의 내면 ‘겟팅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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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겟팅아웃> 에서 '2인 1역'으로 한 사람을 연기하는 두 배우 이경미(34)와 유유진(30)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겟팅아웃>
알린을 연기하는 이경미는 "심리적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느낌이라 연극이 끝나면 허물처럼 한참 누워 있다가 비워내고 나간다"며 "하지만 관객들은 나가실 때 후련해 하실 것"이라고 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유유진은 연극 <아마데우스> 등에 출연했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1화에서 탈북자 리복영 역을 맡았다. 낭만닥터>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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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러브콜 기다렸는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지요. 짝사랑하다 이뤄진 기분이랄까요.”(이경미)
“오디션에서 화내는 즉흥 연기를 해야 했어요.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라 진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됐어요.”(유유진)
연극 <겟팅아웃>에서 ‘2인 1역’으로 한 사람을 연기하는 두 배우 이경미(34)와 유유진(30)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접점이 없던 두 배우를 동일한 인물로 용접하듯 이어준 사람은 서울시 극단장 고선웅. 이경미는 2012년 데뷔 연극 <뜨거운 바다>와 <리어외전>에서 고선웅 연출과 작업해본 경험이 있다. “작품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캐스팅이죠. 이게 잘 되면 화학 변화가 일어나고 좋은 합성 반응도 나오곤 합니다.” 고선웅은 “캐스팅하면서 두 배우의 키와 외모, 목소리 색깔까지 면밀히 고려했다”고 했다.
이 연극은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서울시 극단장으로 와서 고른 첫 작품이라 관심을 끌었다. 살인죄로 복역하다가 갓 출소한 여성이 집에 돌아와 겪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출소 이전 과거의 ‘알리’는 유유진, 현재의 새로운 자아 ‘알린’은 이경미가 연기한다. “저 닮은 애를 뽑았다고 들었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나랑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죠.” 이경미는 “나중에 유진이가 연기하는 걸 보니 내 눈이 들어있더라”며 “그제야 캐스팅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위아래층으로 구분된 무대는 과거와 현재를 팝업처럼 보여준다. 위층 감옥의 과거 알리와 아래층 낡고 비좁은 아파트의 현재 알린은 수시로 오버랩된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지만 표현 방식은 상반된다. 알리는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거친 감정을 콸콸 쏟아내며 사납게 울부짖는다. 알리 역의 유유진은 “집에 돌아가면 허물이 된 기분”이라며 “뭔가 엄청난 것이 몸 안에 가득 차 있다가 빠져나가 공허한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새로운 자아로 변신하려 몸부림치는 알린은 냉랭한 세상에서 꾹꾹 울분을 삼키며 견디고 버텨낸다. 알린을 연기하는 이경미는 “심리적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느낌이라 연극이 끝나면 허물처럼 한참 누워 있다가 비워내고 나간다”며 “하지만 관객들은 나가실 때 후련해 하실 것”이라고 했다.
두 배우가 같은 공간에서 연기하지만 서로 말을 섞거나 연기를 주고받는 장면은 없다. 시점이 교차하고 두 개의 상황이 맞물리는 연극이라 집중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데, 두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이경미는 최근 연극 <오만과 편견>에서 ‘일인다역’ 연기를 능숙하게 펼쳐내 호평을 받았다. 2018년부터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유유진은 연극 <아마데우스> 등에 출연했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1화에서 탈북자 리복영 역을 맡았다.
이경미는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매 작품 이걸 어떻게 깰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이번엔 알린을 연기하면서 저를 지우고 알린이 지닌 깊이를 찾아가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유유진은 “연습할 때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썼는데, 이번 연극을 하면서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 뒤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연극은 <잘 자요, 엄마>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마샤 노먼이 1977년 발표한 희곡이 원작이다. 고선웅 단장은 "70년대 희곡이지만, 누군가의 과오가 끝까지 용서받지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성이 있다"고 이 작품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편’이란 단어를 이 연극의 열쇳말로 설명했다.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는 것에 조심스러운 것 같더군요. 타인에게 자비가 더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연극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진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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