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외관계법 제정…외국 제재에 보복 근거 마련

'中 이익 침해 행위에 반격할 권리' 명시…7월 시행
환구시보 "서구 패권주의 예방·억제 역할"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를 겨냥한 ‘대외관계법’을 제정,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할 경우 중국 당국이 이에 맞대응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8일 제3차 회의에서 대외관계법을 채택했다.

총 45개 조항의 대외관계법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및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반격 및 제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다. 또 ‘모든 조직 또는 개인이 이 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대외 관계에서 국익을 해치는 활동에 종사하는 경우 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명시했다.

법안에는 상호 내정 불간섭과 패권 정치 반대, 주권과 영토 상호 존중 등 중국 당국이 표방해 온 기본 외교 원칙도 포함됐다. 중국은 지난 2021년부터 ‘반(反)외국제재법’을 근거로 외국의 제재에 대한 ‘맞불 제재’를 시행해왔는데, 대외관계법은 반 외국제재법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은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침해·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이유로 다양한 중국 기업과 관리를 제재했으며, 최근에는 국가 안보 위협 우려가 있는 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제재에 맞서기 위해 관련 법을 정비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외관계법은 서구 패권주의에 대한 예방, 경고 및 억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헨리 가우 싱가포르경영대학 법과대학 교수는 “대외관계법은 비자 거부 및 개인 자산 동결과 같은 법적 보복 조치에 초점을 둔 반 외국제재법보다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며 “대외관계법은 (중국 당국이) 외국의 제재 및 간섭을 방지하고 처리하기 위한 법적인 도구를 늘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대외관계법 시행으로 중국에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우 교수는 “당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