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피프티 피프티 사태, 근본 원인 따져보니…

서정민 2023. 6.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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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멤버-프로듀서, 얽히고설킨 갈등에 법적 분쟁까지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안겨준 ‘중소돌의 기적’이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처음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 2월24일 발표한 ‘큐피드’가 쇼트폼 동영상 기반 에스엔에스(SNS) 틱톡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영미권 차트에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14주 연속 들어가며 케이(K)팝 걸그룹 기록을 세웠다. 새달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바비> 오에스티(OST)에도 참여했다. 중소기획사 어트랙트 소속으로 지난해 11월 데뷔한 신인이 거둔 성과라 더욱 놀라웠다.

너무 빠르고 갑작스러운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된 걸까? 돌연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소속사 어트랙트는 지난 23일 “멤버를 빼가려고 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26일 “배후에 모 외주용역업체와 워너뮤직코리아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워너뮤직코리아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앞서 어트랙트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워너 레코드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워너 레코드는 세계 3대 대중음악 그룹 중 하나인 워너뮤직 산하이며, 워너뮤직코리아는 워너뮤직의 한국 지사다. 즉 소속사와 글로벌 유통사가 껄끄러운 관계가 된 것이다. 워너뮤직코리아는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의 성과가 더욱 빛나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불미스러운 의혹이 제기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어트랙트는 멤버를 빼가려는 외부 세력으로 안성일 프로듀서를 지목하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안 프로듀서는 ‘큐피드’ 등을 만들고 음반 전체를 프로듀싱한 인물이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바비킴 음반 등을 제작하고 양수경·조관우·윤미래·심수봉 등과도 인연이 있는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가요계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제작자다. 아이돌 그룹 경험이 부족한 전 대표는 안 프로듀서의 회사 더기버스와 외주용역계약을 맺고 프로듀싱 작업 등을 전적으로 맡겼다. 웬만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여느 아이돌 기획사와 다른 방식이었다.

잘 마무리되면 아름다운 분업 사례로 남았겠지만, 균열이 생겼다.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회사 메일 계정과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업무방해 등을 저질렀다”며 “또 해외 작곡가로부터 ‘큐피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트랙트 몰래 저작권을 자신들 앞으로 양도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침묵하던 안 프로듀서 쪽이 반박하고 나섰다. 더기버스는 29일 공식입장을 내어 “더기버스는 업무용역을 받아 2021년 6월 프로젝트를 시작해 2023년 5월31일자로 업무를 종료했고, 현재는 어트랙트 요청에 따라 워너 레코드와 글로벌 프로모션·홍보만 담당하고 있다”며 “‘큐피드’는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 전부터 당사가 보유하던 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트랙트의 고소 사유는 사실과 다르다”며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제공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도 소속사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지난 19일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법률 대리인이 28일 밝혔다. 이들은 어트랙트가 정산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자 하는 등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관계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트랙트가 계약위반 사항에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외부 세력에 의한 강탈 시도’라며 멤버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고, 멤버 수술 사유를 당사자 협의 없이 임의로 공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실망과 좌절을 했다”며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4명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트랙트는 지난 5월 초 피프티 피프티 공식 팬카페에 “최근 아란이 안무 연습 시 불편함을 느껴 진료 및 정밀 검사를 받은 뒤 수술을 받았다”고 전한 바 있다. 또 지난 23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에게 전속계약 해지를 유도하며 접근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멤버 한 명이 5월2일 수술을 한 뒤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소속사와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 사이에 정산, 건강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멤버들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를 두고 소속사는 외부 세력 개입을 의심하는 데 반해, 멤버들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속사는 외부 세력으로 피프티 피프티 결성과 데뷔에 주도적 역할을 한 안 프로듀서의 더기버스를 지목하고 고소했지만, 더기버스는 이를 부인하며 법적 맞대응을 예고했다.

당분간 지리한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활발하게 국외 활동을 해도 모자랄 판인 피프티 피프티의 손발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제작자, 멤버, 프로듀서 모두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한 중소기획사 대표는 “제작사와 멤버들 간에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는 있지만 대화로 푸는 대신 법적 수단까지 강구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중소기획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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