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맞춘’ 비서관 대거 행정부로… 尹대통령, 2년 차 국정 드라이브 건다
11개 부처 12명 차관 교체 이 중 5명은 비서관
장관 교체 시 청문회 부담도
방통위원장 인선은 내달 이후로 밀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집권 2년 차를 맞아 사실상 첫 개각을 단행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다. 이번 인선의 특징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년간 ‘호흡’을 맞춰온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대거 부처 차관으로 보낸 것이다. 장관 교체에 따른 청문회 부담을 피하면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주요 부처에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신임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국민권익위원장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각각 지명하고 19개 부처 중 11곳의 차관 12명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다. 12명의 차관 중 5명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은 각각 국토부 1차관, 2차관에 내정됐다.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은 환경부 차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은 해수부 차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 각각 내정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들과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1년간 함께하며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을 전진 배치한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해당 인선에 대해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을 얻으려면 부처에 조금 더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과거 정부도 그래왔다”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장관이 교체된 통일부의 경우 권영세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지만 권 장관의 출마 의지가 강해 인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국정 기조에 맞지 않은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에 강경성 산업비서관을 보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번 인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초 예상됐던 산업부 장관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차관 위주의 인선 발표를 준비한 데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정책 의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부처에 전달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등 전임 (문재인) 정부 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그대로 남아 새 정부 국정운영 추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솎아내야 한다”며 “(공무원이)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 국정 기조를 맞추지 않으면 과감한 인사조치를 하라”고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콕 집었던 환경부 차관도 이번에 바뀐다. 이날 지명된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은 인수위부터 국정과제 수립을 총괄하고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임용돼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참모 중 하나로 평가된다. 국무총리실에서 오랜 기간 재직해 국정 전반 현안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 과거 환경 및 국토분야 정책 이견과 갈등을 조정해 왔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날 문체부 제2차관에 ‘역도 영웅’ 장미란이 ‘깜짝 발탁’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1983년에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장 내정자는 30대 여성 차관이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체부의 기능은) 크게 체육과 언론·국민 소통이 두 가지 큰 축인데, 이미 (박보균) 장관이 언론인 출신”이라며 “(장 교수가) 체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는 내달 이후로 연기되는 분위기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내정된 상태는 그대로지만, 여러 정무적 고려가 깔렸다는 게 대통령실의 전언이다.
한상혁 전 위원장의 기존 임기 만료 이후 공식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점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분리 징수 등의 현안을 일단락한 뒤 지명해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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