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악재 쌓이는 증권가…채권 불공정거래·수수료 담합 의혹 '전전긍긍'

[앵커] 

요즘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전전긍긍', '설상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금융당국을 비롯해 검찰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사정기관의 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선데요. 

금융당국의 차익결제거래, CFD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채권 돌려막기'와 수수료 담합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뒤숭숭한 증권업계 상황을 조슬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하고 있는 증권사 채권 돌려막기는 정확히 무슨 내용이죠? 

[기자] 

KB증권과 하나증권 간 채권 거래에서 촉발된 이슈입니다. 

KB증권은 단기로 짧게 굴려야 하는 금융상품인 랩어카운트와 신탁 상품으로 유치한 법인 자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미스매칭으로 채권 돌려막기를 해왔는데요. 

보통 만기가 짧은 채권은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긴 채권은 금리가 더 높은 게 상식이죠.

회수 때까지의 시간가치 때문인데요.

증권사 입장에선 짧은 만기로 운용 자금을 조달해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하는 차익거래를 이용하면 적잖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채권 간 만기불일치 위험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 돌려막기 틀이 갖춰져 있다 보니 증권사들이 죄다 이런 거래에 뛰어든 겁니다. 

[앵커] 

이런 거래가 왜 문제라고 보는 겁니까? 

[기자] 

단순히 업계의 관행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는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금리가 급등하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채권 돌려막기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시장금리 급등으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평가 손실이 커지자 만기가 긴 채권을 현금화해 고객에게 주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겁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수 증권사들이 당시 이런 위험에 노출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실제 KB증권은 하나증권 신탁에 맡겼던 회사 자금으로 손실이 난 채권을 매입해 대응했습니다. 

그것도 평가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장부가로 거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전·파킹 거래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수익률을 조작한 행위인 만큼 주가 조작과 같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증권이 또 수익률을 맞춘 대가로 거래 상대방인 하나증권 담당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증권업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금감원은 이런 거래 관행이 증권가에 만연해 있다고 보는 거군요? 

[기자] 

상당수 증권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최근 KB증권과 하나증권이 랩·신탁 상품 운용 금감원 현장검사를 받았고요.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이번 주부터 현장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만기 미스매칭 전략으로 과도한 목표수익률을 고객에게 제시하며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고유재산과 신탁·랩 재산 간 거래 혹은 손실보전·이익보장 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SK증권도 현장검사 대상에 포함됐는데요.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채권 돌려막기를 하다 낸 100억대 고객 손실을 보전해 준 의혹 때문입니다. 

증권가는 금감원이 조사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공정위도 증권사를 향해 칼을 겨눴다고요? 

[기자] 

키움·메리츠·KB·NH·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지난 20일 공정위로부터 현장조사를 받았고요. 

곧바로 다음날인 21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국고채 입찰 과정에서 부당한 합의나 정보 교환이 있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인데요. 

공정위는 각 증권사의 국고채 입찰 업무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 내용 등을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 측은 해당 대화방은 정보 공유를 위해 운영되는 것으로 담합과 무관하단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조사 대상 증권사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증권가는 신용융자 금리와 주식매매 수수료 담합 여부 등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사고도 있었죠? 

[기자] 

DB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혐의로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최근 DB금투 소속 애널리스트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A씨는 지난 10년간 이베스트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에서 근무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는데요.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시장에 내기 전 종목을 미리 사고 리포트 공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식으로 5억2천만원의 차익을 챙겼습니다. 

임직원 주식거래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부통제 장치를 나름 갖고 있었음에도 차명계좌로 감시망을 피했는데요. 

이로 인해 증권사 내부통제 장치가 허술한 게 아니냔 지적이 재차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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