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미제 전주 백경사 살해' 피의자 이정학 송치…끝까지 혐의 부인

이지선 기자 2023. 6. 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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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 재수사 5개월여만에 강도살인 혐의 송치
"송치 후에도 검찰과 협력 보강수사 이어갈 것"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중 한명인 이정학(52)이 지난해 9월2일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21년 전 발생한 장기 미제사건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의 피의자 이정학(52)이 검찰에 넘겨졌다.

전북경찰청은 29일 강도살인 혐의로 이정학을 송치했다. 이정학은 '2001년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이기도 하다.

이정학은 2002년 9월20일 0시44분께 전주시 금암동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백선기 경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정학은 파출소 건물 뒤쪽으로 침입해 백 경사를 살해하고, 범행의 목적이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을 훔쳐 달아났다.

이정학은 전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기록이 남는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택했다. 증거인멸을 위해 범행에 사용했던 흉기는 논산을 거쳐 대전으로 향하던 중 어느 농수로에 버렸다. 이정학은 훔친 총기를 앞서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을 함께 벌였던 친구 이승만(52)에게 건넸다.

이정학으로부터 '총을 숨겨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승만은 배관기술자 일을 하며 근무지에 따라 거처를 옮길 때마다 총기를 가지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이승만은 울산의 한 숙박업소 천장에 총기를 숨겼고, 중동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다 총기의 존재를 잊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어두운 여관 천장에서 백 경사의 총기가 녹슬어 간 세월 동안 이 사건은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2002년 피살된 백선기 경사의 총. 이 총기는 21년이 지난 2023년 전북경찰청의 압수수색을 통해 울산의 한 숙박업소 천장에서 발견됐다.(전북경찰청 제공)2023.6.29/뉴스1

이 사건이 재조명된건 올해 2월 이승만의 제보 때문이다. 대전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된 이승만이 이정학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경찰에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승만은 편지를 통해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의 범인은 이정학이고, 사라진 총기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이승만의 진술대로 철거를 앞둔 울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백 경사의 권총을 발견했다.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찾은 경찰은 4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관련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애초 경찰은 이정학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승만의 공동 범행에도 무게를 뒀으나 114일간 이어진 수사 끝에 결국 이정학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했다. 제보자 이승만 진술이 대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 반면, 여러 차례 번복된 이정학의 진술에서는 모순점들이 다수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추석 이틀 전부터 이승만이 전주가 아닌 대구 본가에 가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승만은 학교 입학을 앞둔 자신의 딸을 만나기 위해 가족이 있는 대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이승만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은 경찰 조사에서 "이정학이 이 총기를 이용해 추가 범행을 저지르자고 제안했지만 또다른 범행이 발각되면 앞서 했던 대전 사건마저 발각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거절했다"며 "혹시 몰라 총알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윳갑 속에 넣어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승만이 경찰에 보낸 편지.(전북경찰청 제공)2023.6.29/뉴스1

반면 이정학은 경찰에 "전주에 가본적도 없다"고 진술했으나,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정학은 전주에 수시로 방문해 지인을 만나거나, 불법 음반을 판매하기도 하면서 지리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정학의 주장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두 사람을 상대로 두 차례의 대질 조사 등 각각 10회가 넘는 조사를 벌였고, 당시 현장과 목격자를 상대로 과학수사를 진행한 끝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정학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추후 이어질 공판을 위해 더욱 구체적인 증거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의 모순점을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전문적 수사를 진행했다"며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원활히 공소 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강수사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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