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inema] 영화 ‘머니볼’이 다룬 혁신의 3가지 특징은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 2023. 6. 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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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스포츠를 넘어 경영 혁신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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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머니볼 포스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2002년 시즌을 앞두고 간판 선수들을 돈 많은 구단들에 빼앗겼다. 총연봉은 양키스의 3분의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놀라운 성적을 올린다.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최초로 20연승 기록을 세우며 정규 시즌 리그 최다승(103승)을 올렸다.

베넷 밀러 감독의 ‘머니볼’(Moneyball·2011년)은 이런 드라마를 생생하게 연출해 아카데미상 여섯 부문 후보에 올랐다.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했다. 스포츠를 넘어 경영과 혁신의 본질에 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첫째, 혁신을 하려면 계량화가 필요하다. 야구 작가이자 통계학자인 빌 제임스는 캔자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통계로 야구를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를 정립했다. 그가 고안한 ‘출루율 중시 득점 기여도’ ‘피타고라스 승률’ 등의 공식을 통해 선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000년에 이르러서도 메이저리그 팀들은 선수를 선발할 때 ‘몸집이 좋다’ ‘빠르다’ 같은 피상적 느낌에 의존하고 있었다. 어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배우 브래드 피트)은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처음으로 전면 도입한 인물이다. 단장이 영어로 총괄 경영자(general manager)인데도 그때까지 단장들은 측정 없이 경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이 없다면 경영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둘째, 혁신은 낡은 고정관념과 싸우는 일이다. 영화에서 빌리가 예일대 경제학과를 나온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 피터 브랜드(조나 힐)를 영입하자 기존 스카우트들은 거세게 반대한다. 그들은 “야구는 통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경험에 기반한 육감’이 통계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인간들의 환상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심지어 빌리가 데이터를 이용해 선수를 추천해도 감독 아트 하우(필립 세이모어 호프먼)는 “내가 선수를 더 잘 안다”며 단장의 지시를 거부한다.

셋째, 혁신은 확산된다. 어슬레틱스가 2002년 시즌 이후 성적이 떨어지자 일부 야구인은 통계의 가치를 다시 폄하했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통계의 가치를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어슬레틱스 성공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 존 헨리는 “세이버메트릭스를 거부한 팀은 공룡처럼 멸종할 것”이라며 빌 제임스를 채용했다. 영화 속 피터 브랜드의 실제 인물인 폴 디포데스타는 불과 31세에 LA 다저스 단장으로 영입됐다.

토론토대 래미 엘리처 교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도입한 팀이 2013년에는 전체의 75%까지 늘어나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한 이득이 사라졌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포드가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건 헨리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가 혁신이 아니라기보다는, 모든 자동차 회사가 전부 따라 했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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