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TV CHOSUN, ART CHOSUN '아트 Pick 30'-5]‘평면조건' 단색화가 최명영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6. 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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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대미술가 30명 선정 작업 세계 소개
7월12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 개막
최명영, Conditional Planes 23-30, 2023, Acrylic on canvas, 162.2x193.9cm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최초 미디어 연합 전시 ‘Art Pick(아트픽) 30’전이 오는 7월12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개막한다. 뉴시스와 TV CHOSUN, ART CHOSUN이 공동 주최해 현대미술가 30인을 선정해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는 국내 최대 민간통신사와 국내 최고 종합편성채널이 선정한 작가들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참여 작가와 작업세계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업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삶, 살아가는 과정, 흔적이라고 늘 생각한다."

'평면 조건'시리즈를 50여 년간 이어오고 있는 최명영 화백은 기하학적 형태와 구조의 조형언어를 추구한다. '단조로움과 무미함의 연속같은 작업'은 우리나라 단색조 회화의 원조이기도 하다.

홍익대학 재학 중인 1962년 서승원 권영우등 회화과 동기생 9명과 함께 오리진(Origin)회화협회를 창설했다. 1970~73년 한국아방가르드(A.G)협회에서 실험적인 입체작품을 선보였다.

평면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재 방식을 탐색하는 그의 작업 '평면조건'은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작업명제다.

"'조건'이라고 부르니 어떤 제약을 가하는 것 같이 들릴 수도 있겠어요. 이름이 그럴 뿐이지, 평면이란 무엇이며, 평면을 이루는 제반 여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명제입니다."

1960년 홍대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해 정물을 그리는데 왜 사과를 그리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평면 위에 정물을 그리는 행위에 지쳐 그림을 포기할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한다.

최명영, Conditional Planes 22-105A, 2022, Acrylic on paper, 76x56.5cm. 사진=아트조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다 샤임 수틴(Chaïm Soutine·1893~1943)의 화집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단순 묘사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쏟아내듯이 강렬하게 표현한 그의 회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상을 똑같이 묘사하지 않더라도 그림을 그리는 게 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거죠. 그때부터 평면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가슴에 품게 됐습니다."

오로지 수평 수직으로 반복된 어려워 보이는 작품이지만 결국 일상의 흔적이 담겼다. 최 화백은 "캔버스에 일상적 삶 그 자체, 온갖 기억과 상념마저도 묻어가면서 그 과정의 추이에 따라 새로운 (평면)존재의 지평을 열고자 했다"고 했다.

마치 수직, 수평으로 가득 찬 미로의 숲에서 끊임없는 수행을 반복하듯, 부단히 이어지는 단색조로 드러나는 작품은 “과정”의 예술이다.

"색채의 성격적인 측면 보다는 질료자체의 변화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는 최 화백은 "나의 일상, 정신구역을 통과한 하나의 세계로서의 내 작품은 화면의 물질적 시각적 틀을 넘은 정신화된 공간"이라고 했다.

50년을 거듭해온 ‘평면조건’은 다양한 기법으로 평면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한지 작업으로 변모했다. 한지에 먹물을 침투해 스며들게 하고 뒷장에서 송곳으로 종이를 찔러 구멍을 뚫는 건데, 앞장을 보면 표면이 오돌토돌 돌출돼 물질감이 형성된다.

"제 작업은 저라는 사람이 끊임없이 거듭 개입해 이뤄지는 것과 같습니다. 제 작업에서의 반복이란 끊임없이 종이를 뚫는다거나 롤러로 밀어내는 식인데,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것이 아닌, 할 때마다 달라지는 반복이랄까요. 바로 이 지점이 제 작업 세계에서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을 통해 물질이 정신적 차원으로 환원되기까지 그 과정에 저의 호흡이라든지 신체의 움직임이 궤를 같이하고 있는 거죠."

지난 4월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인전에서 종이 작업을 총망라해 선보인 작가는 오는 가을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최명영 화백 *재판매 및 DB 금지

'단색조 평면조건' 최명영 화백은?

1941년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미술단체 오리진(Origin, 1962)과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1969~1975)의 창립 멤버로 한국 화단의 흐름을 이끌었다. 홍익대 미대 교수(1975~2007), 영국 울버햄튼대학 교환교수(1990~199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장(1988~2000)을 역임했. 아트조선스페이스(서울, 2023), 더페이지갤러리(서울, 2022, 2019, 2015), 도쿄갤러리(도쿄, 2000), 조현화랑(부산, 1997), 울버햄튼대학갤러리(울버햄튼, 199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프랑스·미국·인도 등 국내외에서 열린 다수의 기획초대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도쿄도미술관, 일본 미에현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Art Pick(아트픽) 30’전 참여 작가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하종현, 최명영, 이강소, 오세열, 김근태, 민병헌, 이 배, 김영리, 권여현, 김찬일, 최영욱, 김현식, 함명수, 손진아, 김남표, 정영주, 강민수, 하태임, 이경미, 박병일, 곽철안, 이사라, 채지민, 김호정, 권하나, 다다즈, 전아현.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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