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서울지검장 시절 특활비 기록도 무더기 사라졌다
뉴스타파는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이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검찰의 예산 자료 16,735장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받아 검증 중이다. 검증의 초점은 다른 권력기관과 마찬가지로 세금 오남용과 사적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 있다.
수십 년 동안 감춰져 왔던 검찰 예산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 추가 공개될 수십만 장의 검찰 예산 자료에 대한 검증 작업도 계속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뉴스타파는 앞선 기사에서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 4개월치가 통째로 사라진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던 시기를 포함해 2017년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 역시 무더기로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특수활동비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활비 증빙자료가 통째로 사라졌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은 특수활동비 수령증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그 시기 윤석열 지검장이 집행한 4,000만 원이 넘는 특활비가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길이 차단됐다.
국가 예산 기록이 사라진 것은 중대한 사안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한 기록이 없어 무단 폐기 의혹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예산 6,796쪽 중 특활비 기록은 2,081쪽
2023년 6월 23일, 서울중앙지검이 내놓은 예산 기록은 6,796쪽. 이 중 특수활동비 기록은 2,081쪽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갖고 있는 특수활동비 기록을 모두 공개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은 크게 두 종류다. 매월 서울중앙지검장이 특정 검사에게 돈을 준 일자와 금액 등이 적힌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확인서’, 현금을 받은 검사가 작성하는 ‘수령증’(영수증)이다.
서울중앙지검(2017년 1월~5월) 특수활동비 기록 모두 사라져
그런데 대검찰청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기록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증발된 시기는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이다. 이 시기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활비 총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는 특수활동비 자료 전체가 없어졌다. 대검찰청의 특활비 증발 시기(2017년 1~4월)와 거의 일치하고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의 돈봉투 파문이 터졌던 때(2017년 5월)와도 겹친다. 자료가 사라진 탓에 이 기간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를 얼마나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윤석열 지검장’(2017년 6~7월) 특활비 수령증 45장 없어져
2017년 6월과 7월, 두 달간은 집행내역 확인서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집행을 입증할 ‘수령증’이 없었다. 증발된 수령증은 모두 45장이다. 수령증은 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이다.
우선 2017년 6월 한 달간 윤석열 지검장은 18건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1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총 1,100만 원을 검사들에게 줬다. ‘집행내역 확인서’에 있는 ‘기관장 확인란’에 윤석열 지검장의 도장이 선명하다.
그런데 윤석열 지검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간 사람이 써야 하는 수령증은 한 장도 없었다. 18번 돈을 줬다면, 18건의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현금 1,100만 원을 실제 누구에게 줬고, 어디에 썼는지 증명할 유일한 증거가 통째로 없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7월분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확인서’도 마찬가지다. 집행은 모두 37건. 한 번에 10만 원에서 최대 1천만 원까지 줬다. 37번의 지급액을 합하니 서울중앙지검의 7월분 특활비 집행 총액은 3,970만 원이었다.
엉터리 합계 금액 적힌 특활비 서류에도 ‘윤석열 도장’ 날인
그런데 합계란에는 총액이 30만 원이라고 엉터리로 기재돼 있다. 6월과 마찬가지로 7월 기관장 확인란에도 윤석열 지검장의 도장이 찍혀 있다. 덧셈조차 확인 않고 ‘윤석열 도장’이 날인된 것이다.
2017년 7월의 집행내역 37건 중 27건의 수령증이 없었다. 영수증은 10장뿐이다. 7월 25일 자 지급분 이전의 영수증은 없었다. 수령증이 없는 특활비의 지급액은 3,36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2017년 6월분 1,100만 원을 합하면 모두 4,460만 원어치의 특활비 증빙 자료가 없어진 것이다.
100% 현금으로 특활비를 주는 상황에서 한 장짜리 수령증마저 없으면, 서울중앙지검장(윤석열)과 검사들이 국민의 세금인 특활비 4,460만 원을 사적 사용이 아닌 기밀 수사에 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에 직접 수행되는 경비로만 쓰도록 돼 있다.
대검과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역시 2017년 이후 기록물 폐기 기록을 확인한 결과, 특활비 집행기록이 폐기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특활비 자료를 무단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
특수활동비 개혁 요구 높았던 시기에 ‘윤석열 지검장’ 특활비 관리 엉망
당시 검찰 주변을 둘러싼 상황을 비췄을 때,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가 사라진 시기(2017년 1~7월)는 예사롭지 않다.
2017년 5월 이영렬 돈봉투 사건이 터진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에 감찰을 지시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특활비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그해 6월 1일 검찰과 법무부는 대국민 사과하고 투명한 특활비 집행을 약속했다. 다음 달인 7월엔 감사원이 법무부를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 점검’을 벌였다.
그 어느 때보다 특수활동비 집행에 대한 개혁의 요구가 높았던 그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기관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의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등 특활비 집행이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직접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 기록이 사라진 경위를 문의했지만, 대검과 마찬가지로 이해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필 왜 이영렬 돈봉투 사건이 터진 그때 특활비 기록이 무더기로 사라졌는지, 원래 목적과는 다른 곳에 쓴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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