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범행 물색…여성 상대 강도 행각 30대 집행유예

제주지법, 강도죄 인정, 상해죄 제외…징역 3년·집유 5년
"상당히 무거운 범죄…피해자 처벌불원서 제출 등 참작"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서 늦은 밤 산책 중인 여성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29일 강도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3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내려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1일 밤 11시50분께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인근에서 산책 중인 피해자 B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폭행하고 금품을 뺏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B씨의 저항으로 범행에 실패한 A씨는 현장에서 도주했다. A씨는 범행 다음 날 오전 제주국제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고 나흘 뒤(6일) 부산에서 붙잡혔다.

조사 결과 A씨는 청테이프, 노끈 등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한 뒤 중문해수욕장 인근에서 차량을 타고 3시간 넘게 범행 대상을 찾아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측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에 따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강도치상 혐의는 부인했다.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강도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강도치상 혐의 중 상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상해진단서가 제출되지 않아 피해자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없어 상해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도 행위 자체는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보호관찰 특별준수사항으로 ▲밤 12시~익일 오전 6시 외출 금지 ▲여성 혼자 운영하는 주점에 가지 말 것 ▲경마장·카지노 등 사행 행위 장소 출입 금지 ▲흉기 소지 금지 ▲보호관찰관 지시에 따를 것 등의 조치를 부과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저항으로 강도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 정도로 피고인(A씨)의 범행은 상당히 무거운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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