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대책위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갈라치기 등 허점 많아"

김민지 기자 2023. 6. 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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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대응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발족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요구해 온 핵심 구제책 대부분 제외"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23.06.29.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른 피해사실 증명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소득 요건 등의 기준이 있어 '피해자 갈라치기'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제도의 허점이 많다."

부산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산지부 등은 29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동균 변호사, 반선호 부산시의회 의원(민주·비례),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 등 20여명의 대책위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특별법상 지원을 받으려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또 여러 서류를 준비하고 피해사실 증명을 해내야 한다"며 "임차인에 대한 증명은 요구하면서도 임대인에게는 아무런 증명과 처벌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보증금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전세사기범들을 수색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피해 금액을 돌려받길 원한다"며 "그럼에도 현재 전세사기피해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중구 전세사기 피해자 C씨는 "특별법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정 소득 기준이 있다"며 "돈 버는 기준에 따라 피해자가 맞다, 아니다 여부를 가르는 것은 '피해자 갈라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날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로 인해 아직까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부산진구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 D씨는 "우리 건물에는 약 60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있으며 피해자 평균 연령대는 만 30세"라며 "고소를 진행하려 해도 변호사 수임료 등이 부담돼 젊은 나이임에도 개인 회생 절차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동래구 전세사기 피해자 E씨는 "전세사기 문제는 개인 임차인에 대한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법을 교묘하게 이용한 여러 사람들이 엮인 문제"라며 "청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잘못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법적 책임을 묻게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피해자로 인정받기 힘들고,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핵심적인 피해구제 대책 대부분이 제외된 특별법이나 정부의 대책은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 173명을 대상으로 부산참여연대와 민변 부산지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전세사기 피해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연령대는 20·30대가 94.2%, 피해지역은 부산진구가 32.9%로 가장 많았다.

피해 건물 유형은 오피스텔이 67.1%이며 계약시기는 2021년이 49.1%로 절반에 달했다.

대책위는 "계약 시기가 2021년이 가장 많은 것을 봤을 때 올 하반기와 내년에 전세사기를 비롯한 전세 문제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는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며 "전세대출 확대와 부동산정책, 주택 가격 폭등 등 관리부실로 비롯된 국가의 잘못이 이번 전세사기 사태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부산시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면 부산시는 이 문제를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향후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제도의 부실과 범죄로부터 피해를 본 국민과 시민을 정부와 부산시가 외면한다면 사회적 재난을 넘어 사회적 참사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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