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적···북핵 해결책은 체제 파괴”라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
야당 “통일부를 ‘통일파괴부’ 만드나” 비판
차기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64)는 ‘대북 강경파’로 평가된다. 그는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대화·교류·협력을 추진해야 할 통일부 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내정자는 29일 지명 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앞으로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를 이행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내며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2012년 외교통상부 인권대사로도 일했다.
뉴라이트 계열에서 활동해온 김 내정자는 그간 보수 성향 언론에 각종 기고문을 게재하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적대 의식을 표출해왔다.
김 내정자는 북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역설했다. 그는 2019년 4월 펜앤드마이크 칼럼에서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린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같은 매체 칼럼에선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북한 체제가 스스로 붕괴될 것이란 인식에서 나아가 외부의 힘에 의해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내정자는 2018년 9월 펜앤드마이크 칼럼에서 “남북관계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적대관계”라며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주적 개념을 삭제한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 칼럼에선 “엄연히 북한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존적 적’인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북한 눈치보기”라고 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며 북한붕괴론 인식을 드러내 온 윤석열 대통령과 결이 맞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강하게 비판했다. 김 내정자는 2018년 10월 펜앤드마이크 칼럼에서 “상식을 가진 한국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문화일보 칼럼에선 “문 정부 대북정책 5년은 국가 이성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실패였다”고 평가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로 맺어진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김 내정자는 2018년 10월 펜앤드마이크 칼럼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9월 말 유엔 외교와 최근 유럽 순방을 통해서 김정은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국제사회에 요구했지만 싸늘한 대접을 받고 그의 중재자 외교는 완전히 실패하고 한국은 외교의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는 2018년 8월 칼럼에선 “섣부른 종전선언은 제2의 6·25전쟁 초대장”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비판한 것과 유사하다.
북한 핵 위협에 맞서 ‘자체 핵무장’ 등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주창했다. 김 내정자는 2018년 1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전쟁을 통해 체제를 수호하고 평화를 지켜내는 게 국제정치”라고 밝혔다. 2021년 11월 문화일보 칼럼에선 “미국이 한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지 않고 한국에 전술핵을 재반입해 공동 운용하기를 거부한다면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는 대북정책에서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미디어펜 인터뷰에서 “평화를 위해 북한인권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2018년 1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선 “민족주의를 누구보다 강조하는 소위 진보 세력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선 눈을 감는 건 모순이자 일종의 정신분열”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에서 2017년 헌법재판소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결정을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하는 등 극우적 인식을 보였다. 김 내정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극단적 남북 대결 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웠다”며 “통일이 아니라 영구 분단을 기도할까 걱정스러운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평화통일의 대한민국 헌법을 대놓고 부정하는 반헌법적 인사를 버젓이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며 “통일부를 ‘통일파괴부’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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