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주도 비서관이 ‘국토부 1차관?’…노골적 낙하산
정치인 차관은 사상 처음
국토교통부 관련 경력이 전무한 대통령실 인사가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 내정됐다.
국토, 토지, 건설, 부동산, 교통 등 국내 주요 국토교통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해야 하는 자리에 노골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정치인이 국토부 1차관 자리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장·차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토교통부 1차관에 김오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56)을 지명했다. 2차관에는 백원국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이 지명됐다. 백 신임 2차관은 국토부 관료출신이다.
김오진 신임 1차관은 국회 보좌관을 거쳐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상근부대변인,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맡았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 기획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실무위원을 맡으며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실 총무1비서관까지 역임한 바 있다.
김 신임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맡았고, 용산 대통령실 이전 작업을 주도하면서 대통령실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실 인연으로 국토교통분야 비전문가가 국가 주요 요직에 앉게 된 셈이다.
국토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학자출신이 차관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이 국토부 1차관을 맡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정치권에 출마하거나 다른 정부요직에 이동하면서 자칫 국토부 수장자리가 장기간 공석이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실이 사실상 1차관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역대 국토교통부(국토해양부 포함) 제1·2차관 22명 가운데 관료출신이 아닌 사람이 차관 자리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김경환 전 1차관(서강대 명예교수)이 유일하다. 다만 김 전 차관은 임명 당시 국토연구원장을 맡고 있었고, 주택·부동산 분야의 전문가다. 국토·교통분야에 전문성이 전무하고, 정치경력이 대부분인 인사가 차관이 된 사례는 사실상 김오진 차관이 유일한 셈이다.
국토부 1차관은 주택 및 부동산정책, 도시계획 등 서민주거 안정과 국토균형발전을 책임지는 자리로, 업무 전문성과 경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및 역전세 문제 등도 1차관이 주도해서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 수도권대책본부장을 지낸 함진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임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학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인천국제공항공사 신임 사장 임명했다. 이 공항공사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캠프 정무특보를 지낸 인연이 있다.
국토부 내부 직원들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부 직원은 “김 신임 차관은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재직 당시 국토부와는 용산공원 개발 문제로 여러차례 소통을 했었는데 그 인연으로 온 것 같다”면서 “이미 내정된 상황에서 불만을 말해봤자 소용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와서 또 어떤 지시를 할지 벌써 걱정된다”면서 “열심히 일해봤자 외부 낙하산 인사가 아무 검증도 없이 올 수 있는 자리라면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나 싶은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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