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너마저?’…대만, 또 수교국 잃을라 대선 결과 촉각

이종섭 기자 2023. 6. 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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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해 결선 투표에 진출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오른쪽)가 1차 투표 다음날인 지난 26일(현지시간)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 로이터연합뉴스

중미 국가 과테말라에서 치러지는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대만이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선 투표에 진출한 유력 후보가 중국과의 수교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과테말라와 이웃한 온두라스가 지난 3월 중국과 수교하면서 현재 수교국이 과테말라를 포함해 13개국 밖에 남지 않은 대만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테말라 대선 결선 투표에 진출한 ‘풀뿌리운동’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레발로 후보는 인터뷰에서 명시적으로 수교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중국과의 수교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경제·무역 관계를 무기 삼아 대만 수교국들에 단교 및 중국과의 수교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수교국 중 한 곳인 태평양 섬나라 팔라우의 수랭걸 휩스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자국민의 관광 중단을 무기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대만 수교국인 과테말라가 무역관계 확대를 원할 경우 역시 대만과 단교하고 자국과 수교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얼마 남지 않은 수교국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대만으로서는 비상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중미에서는 이미 온두라스가 정권 교체 1년여만인 지난 3월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 수교한 바 있다. 과테말라까지 같은 길을 걸을 경우 대만의 중미 수교국은 벨리즈 한 곳만 남게 된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온두라스의 단교 선언 이후 이웃 국가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초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했으며,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과테말라 대통령도 3주 뒤 대만을 찾아 양측 관계의 굳건함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아레발로 후보는 20여명의 후보가 난립했던 과테말라 대선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 25일 치러진 투표에서 11.88%의 득표율로 깜짝 2위를 차지하며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15.6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희망국민통합(USE) 산드라 토레스 후보와 8월20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대만 외교부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두 대선 후보에게 대만과 과테말라의 협력 결과를 계속 설명할 것”이라며 “대만과 과테말라의 전통적인 우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두 후보의 지지를 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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