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딱 ‘49권’뿐인데 한국에?...드디어 문을 여는 이곳은
추진 10년 만에 개관
전시설명도 9개 언어로
구텐베르크 성서 초판본
기원전 1600년 쐐기문자...
소장품 543점으로 출발
설치작품·미디어아트로
대중 문턱 낮추려 노력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는 기원전 35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명됐다. 진흙 점토판에 갈대로 기록한 문자다.
29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개관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원형 배 점토판(기원전 2000~1600년경)을 만날 수 있다. 글자보다는 매듭 문양과 닮았지만 고대 서아시아의 홍수 신화가 새겨졌다고 한다.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구약성서 ‘노아의 방주’와 유사해 성서고고학에서 중요한 기록물이다.
이날 개관식에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창제 원리가 분명한 고유의 체계를 갖춘 유일한 문자인 한글을 가진 대한민국에 ‘세계문자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박물관이 K-컬처 매력의 원천인 한글과 세계의 문자를 잇는 역사·문명의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주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초대 관장(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도 “세계의 문자와 문화, 인류 역사를 만나는 전시와 연구의 허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한 해 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세계 석학이 모여드는 대표 문자박물관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프랑스 샹폴리옹 박물관과 중국 문자박물관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세계문자박물관이다. 좀 더 다양한 문명의 55종 문자 자료를 모았고, 아랍어와 태국어 등 무려 9개 언어로 전시가 설명된다.
소장품은 인류 공통의 유산인 전 세계 문자를 주제로 기원전 2100년 무렵부터 최근까지 4000여년을 아우르는 244건 543점에 달한다. 문자문화를 비교문화의 시각에서 조망한 상설전시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이 30일부터 공개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서양 인쇄술을 대표하는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초판본 여호수아서 분책본 원본이다. 유럽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가장 오래된 서적으로서 인쇄술로 문자가 확산하고 종교와 지식 정보가 대중화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1454년경 찍었다는 초판 180부 중 전 세계에 49부만 전해진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보유국이 됐다.
이 밖에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카노푸스 단지’(기원전 664~525년)는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제작할 때 시신에서 꺼낸 장기를 보관하는 용기인데, 몸체에는 상형문자로 죽은 사람에 관한 내용을 새겼다. 마틴 루터가 라틴어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비텐베르크 구약성서 초판본(1523~1524년)도 볼 수 있다.
개관기념으로 ‘긴 글 주의-문자의 미래는?’특별전도 연다. 그림과 영상 등 비문자적 소통이 많아진 현상을 돌아본다. 어린이전용체험관도 갖췄다.
박물관은 송도의 핵심인 센트럴파크 녹지 구릉 위에 흰색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듯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공원과 연결된 보행로로 두루마리 사이를 산책할 수 있고 밤에는 미디어쇼가 펼쳐지는 무대로 변한다. 전시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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