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軍 균열?…강등당한 육군 대장, 프리고진 관련 체포
러시아 최고위급 장성이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계획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지만, 한 러시아 매체는 이 장성은 이미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날 NYT는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 세르게이 수로비킨 육군 대장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계획을 미리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수로비킨 대장이 프리고진의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로비킨 외 다른 장성급 인사들이 프리고진을 조력했다는 정황도 포착,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NYT는 "수로비킨 대장의 무장반란 가담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군 수뇌부의 균열을 알리는 징후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NYT 보도 직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군과 인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며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현지 영문매체인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 군 고위인사 2명을 취재한 결과 수로비킨 대장이 이미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한 고위인사는 "수로비킨 대장이 프리고진 관련 사건으로 체포됐다"며 "수로비킨은 무장반란 당시 프리고진의 편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수로비킨 대장의 현 소재에 대해 "군 내부적으로 그에 대해 발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답했다.
수로비킨 대장은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포기한 직후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인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수로비킨 대장 가족들이 3일째 그와 연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강경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가장 가혹한 전술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침략군 통합사령관으로 임명됐으나 약 3개월 만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신임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 부사령관으로 강등된 바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 내 파벌은 친(親)프리고진 파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우두머리로 하는 게라시모프·쇼이구 파로 나뉜다. 수로비킨 대장은 시리아 내전 때 프리고진과 함께 활동한 경력이 있는 대표적인 친프리고진 인사다.
NYT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략에서 러시아 군의 전쟁 수행 능력은 조롱을 받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며 "수로비킨 대장과 프리고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와중에도 몇 가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로비킨 대장은 지난 가을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에 포위돼 보급이 끊긴 상황에서 철수 작전을 성공시켜 능력을 입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러시아 군의 처우는 공로에 비해 열악했다는 평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이 훈련조차 제대로 마치지 않은 신병들을 부대에 배속시키는 데다 보급도 충분치 않다며 쇼이구 장관을 향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지지하던 수로비킨 대장이 사령관 부임 3개월 만에 부사령관으로 강등됐다.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을 해체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프리고진이 불만이 폭발, 무장반란에 나섰을 수 있다.
다만 NYT는 수로비킨 대장이 푸틴 정권 전복까지 노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프리고진의 요구대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과 쇼이구 장관을 경질시키는 선에서 군사행동을 마무리 지으려 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측은 쇼이구 장관을 계속해서 공개석상에 내보내고 있다. 무장반란은 협상을 통해 중단됐지만 푸틴이 프리고진의 근본적인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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