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한국 기업의 사업보국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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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만1300㎞.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 1년간 해외 출장으로 이동한 거리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 회장들과 CEO급 인사들이 부산엑스포 때문에 직접 찾아간 나라만 해도 100개국을 이미 넘어섰다.
기업인들이 기업 업무와 사생활을 제치고 나랏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과거 기업의 힘으로 올림픽, 월드컵 등을 유치했던 한국에선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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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만1300㎞.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 1년간 해외 출장으로 이동한 거리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 회장들과 CEO급 인사들이 부산엑스포 때문에 직접 찾아간 나라만 해도 100개국을 이미 넘어섰다. 70대인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지난 2∼3월 16일간 카리브 15개국과 태평양 도서국 14개국의 표심을 잡기 위해 비행기만 11회를 탔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도 비포장도로를 달려가 4∼5회의 면담일정을 소화하다가 병이 도졌다고 한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을 수행했던 일부 기업인들은 대통령 귀국 이후 다시 해외로 흩어져 유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귀국 일정을 정하지 않고 대통령 특사로서 목발을 짚은 채 유럽 곳곳을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자 각 기업 내부에선 “경영에 위협이 되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들이 이렇게 자주 회사를 떠나 있어도 되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선 ‘홍보 금지령’까지 내려 생색을 내기도 쉽지 않다.
기업인들이 기업 업무와 사생활을 제치고 나랏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과거 기업의 힘으로 올림픽, 월드컵 등을 유치했던 한국에선 낯설지 않다. 하지만 사실 다른 선진국에선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한국 대통령제의 힘이 강력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 기업인들이 실천하는 멸사봉공의 정신은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기업인들의 발언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작품 하나를 만들어보자는 순수함과 승부근성이 느껴진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재계 총수들 간의 관계가 좋아서 그런지, 우리 산업 구조 자체가 서로 영역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지 굉장히 협조적”이라고 고마워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 인사는 “아버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보국의 혼이 이번엔 자연스럽게 부산엑스포 유치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2030 엑스포 유치국가는 오는 11월 결정된다. 1년 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물량 공세에 밀려 압도적 열세를 보였던 판세는 이젠 사우디가 일본의 유명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한국 기업인들의 동선을 체크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우리 기업인들은 이벤트 하나를 위해 이곳저곳 대동해 병풍 역할을 시킬 만큼 한가하지 않다. 지금 대통령과 국민이 해외에서 받는 환대는 어느덧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화답해야 한다. 그 길은 명확하다. 기업과 기업인에게 은밀한 특혜를 주자는 말이 아니다. 다른 경제 대국들이 그러하듯 우리도 기업이 철 지난 규제에 허덕이지 않고 글로벌 전쟁터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 이는 곧 기업이 국민과 나라를 위해 되갚는 선순환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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