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다시 전쟁 나면 자식이라도 보내 싸울 것”

박현수 기자 2023. 6. 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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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시 전쟁이 나더라도 와서 싸울 것입니다. 나이가 먹어 걸어서 오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올 것이고, 기어서도 못 오면 자식들이라도 보낼 것입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회장 김정규)와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대표 김광일)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에티오피아 강뉴(Kangnew)부대 6·25 참전용사인 시페라우 바라투(89)와 테레페 이그자우(91)는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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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 6·25참전용사 테레페·시페라우 첫 방한
각각 보병·무전병으로 파병
양구·화천·철원전투서 공헌
“한국의 눈부신 발전 보고서
동료 희생 헛되지 않아 기뻐”
한국을 방문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6·25 참전용사인 시페라우 바라투(89·왼쪽)와 테레페 이그자우(91)가 28일 숙소인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라마다호텔 로비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글·사진=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한국에 다시 전쟁이 나더라도 와서 싸울 것입니다. 나이가 먹어 걸어서 오지 못하면 기어서라도 올 것이고, 기어서도 못 오면 자식들이라도 보낼 것입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회장 김정규)와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대표 김광일)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에티오피아 강뉴(Kangnew)부대 6·25 참전용사인 시페라우 바라투(89)와 테레페 이그자우(91)는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시페라우는 그러면서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보고 친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서 매우 기뻤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한국에 온 이들은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비에 헌화한 후 기념관 곳곳을 견학했다. 또 유엔군이 잠들어있는 부산 유엔 기념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30일 에티오피아로 돌아간다. 시페라우는 6·25 때 무전병으로 2차례 파병됐으며, 테레페는 1년간 보병으로 파병되어 강원 양구·화천·철원군에서 크고 작은 전투에서 공헌했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이면서 현지에서 참전용사 자원봉사를 하다 명지대에서 유학하고 있는 라헬(25·한국명 은희)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테레페는 “70년도 지난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면서 식료품과 의료지원, 생필품 지원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면서 “한국의 발전과 한국인들의 친절함에 행복해서 앞으로 20년은 더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원해 준 우산은 지팡이를 겸해 쓸 수 있어 아주 요긴한 선물이라고 했다.

시페라우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17세에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일원으로 참전, 1951년 4월 배를 타고 24일 만에 부산항에 도착했다. 1935년 이탈리아 침략으로 식민지가 됐다가 1941년 독립해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나섰다. 참전한 6037명 중 122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536명이 부상했지만, 253번 전투에서 253번 승리를 거두며 용맹을 떨쳤던 황실 근위대 소속으로 최정예 부대였다. ‘강뉴’는 초전박살을 의미한다.

이들은 전투에서만 공을 세운 게 아니었다. 전쟁 중에는 부대 내에서,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월급 일부를 모아 동두천에 고아원인 ‘보화원’을 설립해 고아들을 곁에서 지켜주기도 했다.

비영리 민간단체 ‘따뜻한 하루’(www.onday.or.kr)는 지난 2015년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과 가족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기부한 기금으로 생계비와 침대, 안경, 보청기, 식료품 등의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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