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개 대회서 9개 ‘점령’… 지금 LPGA는 ‘亞 세상’

허종호 기자 2023. 6. 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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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레전드 박세리(한국),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캐리 웹(호주), 크리스티 커(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절대 강자'의 시대가 사라지고 최근엔 세계적인 전력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국적을 불문한 아시아계의 활약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LPGA투어 14개 대회 중 9개 대회에서 아시아계 선수가 정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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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강자’ 사라진 그린… 아시아계 선수들 약진
고진영·인뤄닝·릴리아 부
시즌 2승으로 다승 공동 1위
루키 로즈 장 등 무서운 상승
대부분 한·중·일·태국 국적
전문가 “亞선수들 훈련 열심”
ESPN “美선 선수 발굴 안해”
고진영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아시아계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레전드 박세리(한국),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캐리 웹(호주), 크리스티 커(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절대 강자’의 시대가 사라지고 최근엔 세계적인 전력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국적을 불문한 아시아계의 활약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뤄닝

올 시즌 LPGA투어에선 특정 선수가 대회를 휩쓰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을 제외하곤 대회마다 새 얼굴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중국의 신예 인뤄닝과 데뷔 5년 차인 릴리아 부(미국)가 올 시즌 각 2승으로 고진영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각종 지표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고진영은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레이스 투 CME 글로브 1위(1477.823점), 올해의 선수 3위(75점), 최다 상금 3위(111만7279달러)이고, 인뤄닝은 최다 상금 1위(200만8768달러), 올해의 선수 1위(97점), 레이스 투 CME 글로브 2위(1459.750점)다. 부는 올해의 선수 2위(94점), 최다 상금 2위(113만901달러), 레이스 투 CME 글로브 3위(1388.643점)에 자리하고 있다.

릴리아 부

이는 지난 두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LPGA투어에선 전력 평준화가 꾸준히 이뤄지면서도 뚜렷한 ‘1인자’가 눈에 띄었다. 은퇴한 레전드들은 말할 것도 없고, 2021년엔 고진영이 다승, 최다 상금, 올해의 선수, 레이스 투 CME에서 모두 1위를 했고, 지난해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4관왕을 휩쓸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양상이 다르다. 실로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고 있는 가운데 의외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아시아계라는 점이다. 고진영은 한국, 인뤄닝은 중국 국적이고, 부는 미국 국적이지만 베트남계다. 최다 상금 4위 사소 유카와 5위 후루에 아야카는 일본 출신이며, 6위 린시위는 중국 국적이다. 이외에도 올 시즌 1승씩을 챙긴 그레이스 김은 호주교포, 로즈 장(미국)은 중국계, 파자리 아난나루깐은 태국에서 태어났다. 올해 LPGA투어 14개 대회 중 9개 대회에서 아시아계 선수가 정상을 차지했다.

로즈 장

아시아계 선수들의 활약엔 ‘선구자’들의 모험과 도전이 배경에 있다. 한국에선 박세리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L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박세리 키즈’를 배출한 것처럼, 중국의 펑산산과 태국의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 자매 역시 고국과 동포들에게 ‘여자골프’ 붐을 조성했다. 반면 LPGA투어의 본토인 미국에선 골프 선수들의 숫자가 늘지 않고 있다.

아난나루깐

과거 박세리와 리디아 고를 지도했던 데이비드 리드베터 코치는 “미국은 여자 선수층이 얕다. 큰 수영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매체 ESPN은 “세계 다른 지역에선 연맹 혹은 협회 등의 차원에서 재능 있는 여자 골퍼를 발굴하고 지원하기에 어린 나이부터 골프에 전념한다. 하지만 미국에선 어떤 단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코치인 짐 매클레인은 “그들(아시아 선수)은 일찍 시작하고 더 열심히 훈련한다”며 “미국인들은 균형 잡힌 아이를 원하기에 이것저것을 조금씩 하길 원한다. 하지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다재다능하지 않고 한 가지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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