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린다" 몸 짓누르고 흉기로 협박했는데…'집행유예' 선처

산책하던 여성을 흉기로 협박해 금품을 빼앗으려던 3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로 선처받았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강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5)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호관찰 기간 특별준수사항으로 △피해자에 대한 연락 금지 △0~5시 사이 보호관찰관 허가 없이 외출 금지 △경마장 등 사행 사업장 방문 금지 △흉기 소지 금지 등도 부과했다.

A씨는 지난해 9월1일 오후 11시50분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혼자 산책 중이던 피해자 B씨에게 접근, 얼굴에 흉기를 들이대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어 A씨는 B씨를 바닥에 넘어뜨린 뒤 B씨의 몸을 짓누르며 금품을 빼앗으려다 B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도주했다.

당시 A씨는 사업 실패와 주식 실패로 수억원의 빚을 진 상태에서 범행을 계획했고, 범행 3시간 전부터 차량을 몰고 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B씨가 도망치다가 넘어져 양쪽 무릎 타박상을 입은 점 등에 비춰 A씨에게 강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범행 과정에서 강도상해죄에 해당하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점, 병원에 가지 않은 점, 부상 정도가 자가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여성인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심은 잊히기 어려운 수준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자신의 행동을 인정한 점, 강도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