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5년…'뉴LG' 달라진 세 가지는
29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5주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그룹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지 5년이 지났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인 만 40세에 재계 서열 4위 LG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특유의 리더십으로 조직문화, 인재 경영, 사업 구조 재편 등 세 가지 영역에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LG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이날 취임 5주년을 맞았다. 다만 그룹 차원의 별도 기념 행사는 열지 않을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그룹 전면에 나섰고,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그해 6월 29일자로 이사회를 거쳐 상무에서 회장으로 '수직 승진'하며 LG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 실용주의 바탕으로 조직문화 바꿨다
회장직을 맡은 지 5년이 지난 현재, LG 내부적으로 구광모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파악된다. 특히 구성원들이 달라진 조직문화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구광모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요약하는 단어는 '실용주의'로, 회장 취임 후 그룹 차원의 회의나 모임이 형식보다 '실용'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고, 보고와 회의 문화가 개선됐다. LG그룹 최고경영진(CEO) 회의만 놓고 보더라도 임원들이 모여 줄줄이 보고한 뒤 회장이 경영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거 모습이 사라졌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LG그룹은 CEO 회의 때마다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해 토론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400명 이상의 임원이 분기마다 모였던 임원 세미나를 없앤 것도 실용주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회의의 성격에 따라 50명 미만의 인원이 참가하고 필요하면 온라인 등을 적극 활용,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 시무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구성원들이 불필요하게 모이지 않도록 했다. 또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완전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연하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형식이나 격식보다는 가치에 집중하는 실용주의가 회사 조직문화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 스스로도 실용주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취임 직후 구광모 회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지주사 대표 일에 집중하고, 계열사 CEO들이 각자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매달 현장을 찾고 있지만, 현장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의전을 준비하느라 실제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인원에게만 방문 일정을 알린 채 조용히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조차 구광모 회장이 방문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LG그룹 측 설명이다.
◆ 달라진 인재 발탁 기조…외부 영입만 100여 명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내부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던 또 다른 영역은 '인재 경영'이다. 구광모 회장은 미래를 주도할 젊은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해 전진 배치했으며, 나이와 성별, 출신과 무관하게 글로벌 경쟁력·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적극 수혈하는 기조를 보였다. 최근 2년간 정기 인사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이 신규 임원이었을 정도다. 여성 인재의 경우 2018년 말 29명이던 임원 숫자가 올해 61명으로 2배 늘었고,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의 비율도 2018년 2.9%에서 올해 6.7%로 높아졌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LG생활건강 이정애 사장, 지투알 박애리 부사장 등 처음으로 여성 CEO가 탄생했다.
또한, 구광모 회장은 LG가 외부 인재 영입에 있어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완전히 뒤집었다. 2019년 3M의 해외 사업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의 CEO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5년 동안 LG에 합류한 임원급 외부 인재만 100여 명에 달한다.
◆ 사업 구조 재편…'선택과 집중' 통했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일어난 변화 중 가장 유의미하다고 평가받는 대목은 주요 사업이 더욱 안정감 있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구광모 회장 특유의 실용주의 경영 철학이 주로 거론된다. 구광모 회장은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고, 매출을 2019년 138조1508억 원에서 지난해 190조2925억 원으로 37.7% 늘리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341억 원에서 8조2202억 원으로 77.4%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공을 들인 스마트폰 사업을 비롯해 연료전지, 조명용 OLED, 전자결제, 편광판 등 부진한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핵심 사업인 배터리와 전장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배터리 사업을 맡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등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 원에 이른다. LG전자 전장 사업은 구광모 회장 취임 당시 매출 3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6496억 원으로 성장했다. 전장은 LG전자 전체 매출 비중의 10%를 넘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현재 구광모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 미래 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미래 성장 분야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구광모 회장은 지속가능 기업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고객 가치'를 제시한 후, 지난 5년간 일관되게 전파하고 있다. LG의 미래 준비 또한 '고객 가치'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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