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는 연봉순…연봉 대비 나쁜 성적, 누가 책임져야할까[김세훈의 스포츠IN]
축구와 경제 사이 상관관계를 다룬 세계적인 유명 서적 ‘사커노믹스’에는 이런 분석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1978~1997년 잉글랜드 40개 클럽의 지출 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적료 액수는 리그 내 순위 변동에 16%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 임금 지출 정도는 순위 변동에 92% 영향을 줬다. 1998~2007년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리그)에 참가한 잉글랜드 클럽 임금 지출 정도는 리그 순위 변화에 89% 영향을 미쳤다. 즉, 대형 이적보다는 임금 인상이 클럽(성적)에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로 사커노믹스는 1998년~2007년 구단별 리그 평균 성적, 리그 평균 임금 지출 대비 지출 정도를 예로 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 전체 연봉 평균보다 3.16배를 쓰며, 평균 리그 2위를 유지했다. 아스널은 2.63배 연봉으로 평균 2위를, 첼시는 3.5배 연봉으로 평균 3위를 기록했다. 리버풀은 2.68배 연봉으로 평균 4위를 지켰다. 물론 예외도 존재했지만 그건 일시적, 단기간이었다. 즉, 중장기적으로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봉이다.
K리그 구단들은 어떨까. K리그 구단들도 비슷하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등 많은 돈을 꾸준히 써온 구단은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줄어드는 서울, 수원 등은 중하위권이다. 연봉과 성적이 비례한다는 통념과 다르게 적은 연봉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가성비 높은 구단은 포항, 광주 정도다.
이번 시즌 K리그1과 K리그2 구단 순위와 연봉을 비교해보자. 연봉은 2023년 연봉이 아니라 2022년 연봉이다. 각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이 시즌이 끝난 뒤 연봉을 공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연봉 순위와 액수에는 큰 변화가 없이 비슷할 게 확실하다. 아래는 2022년 연봉과 2022년 최종순위·2023년 중간순위다. 연봉 대비 순위가 같거나 높으면 O, 낮으면 X, 그 사이를 △로 표시했다.
돈을 많이 쓰면, 구단에 고액 연봉자가 많으면 어쨌든 기량이 좋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리그 순위와 연봉 랭킹을 동일하게 유지하면 평작이다. 리그 순위가 더 높으면 감독,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칭찬받아야 하고 차기 연봉을 올려줄 만하다. 반대로 리그 순위가 연봉 랭킹보다 더 낮으면 감독, 선수들이 몸값을 못한 것이다. 선수들이 몸값을 못했거나, 연봉이 과도하게 지불됐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고 다음 시즌에는 연봉을 깎거나 고액 연봉 선수를 정리하는 게 상식이다.
몇몇 K리그 구단들은 최근 감독을 바꿨다. 감독을 바꾸는 건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마치지 못한다. 사커노믹스도 “중장기적으로 감독 교체 효과는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축구 감독은 다른 종목 감독과 달리 작전을 수시로 부를 수도 없고 선수 교체를 자유롭게 할 수도 없다. 즉 승부에 있어 감독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결국 축구 경기 승부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에게 달려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사커노믹스 저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장들조차 “성적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올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물론 감독들이 뛰어나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구단도 있다).
K리그는 반환점을 돌았다. 앞으로 순위가 전반기보다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그걸 감독 한 명 능력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무척 제한적이고 협소한 접근법이다. 감독으로 모든 걸 평가하면 정말 중요한 성공을 위한 요소들이 감춰진다. 감독보다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모기업, 지방자치단체 투자 의지과 경영 방침, 구단 프런트의 수행 능력, 프런트와 선수단 간 융화다. 연봉 대비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이런 성공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부족한 탓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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