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을 배신하나" 판사 한탄…공연장 입장료 5억 빼돌린 30대 실형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의 한 공연장 매표소에서 근무하며 5년간 5억원이 넘는 입장료를 빼돌린 30대 여성이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1·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제주의 한 공연장에서 매표실장으로 근무하던 2018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5년간 공연장 입장료 총 5억6900여만 원을 횡령했다.

A씨는 횡령한 돈을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의류, 차량 등을 구입하거나 유흥비 또는 성형외과 시술비로 탕진했다.

설상가상 A씨는 횡령한 돈으로 산 차량을 처분한 뒤 피해 회사에 반환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재판 중 다른 곳에 처분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볼 때 죄질이 무겁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딸의 친구라는 이유 만으로 자신의 회사에 채용해 주고, 거처를 마련해 주고, 사택에서 같이 살며 피고인을 사실상 가족처럼 각별하게 대해줬다"며 "이런 은인을 배신하고 수년간 큰 돈을 횡령했다는 것은 정말 죄질이 무겁다"고 한탄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당초 피고인을 고소하는 일도 주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반면 피고인의 소비내역을 보면 피고인은 향후 횡령한 돈을 갚을 생각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쳇말로 '배 째라' 식"이라며 거듭 "이런 행위를 은인에게 했다는 건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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