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관계 들킬까봐···뇌출혈 직원 방치해 숨지게 한 국토연 전 부원장 징역 8년 확정

김희진 기자 2023. 6. 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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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가능성 인식에도 방치…미필적 살해 고의 충분”
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내연관계이던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8월 밤 11시쯤 세종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연관계 직원 B씨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쓰러진 B씨를 집 밖으로 끌고 나와 자신의 차량에 태워 약 4시간 동안 방치했다. B씨는 쓰러진 지 약 7시간이 지나서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1심은 B씨가 뇌출혈 증상이 나타난 직후 급격히 악화돼 사망 직전 상태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A씨가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B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119에 신고하고 구호 조치를 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B씨 사망 사이 인과관계 역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B씨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최소한 불확정적으로라도 인식했으면서도, B씨와 내연관계 등이 드러나 A씨의 명예나 사회적 지위 등이 실추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B씨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며 “피해자가 죽도록 내버려두려는 의사는 없었더라도 미필적 살해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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