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이젠 ‘미식 브랜드’로 도약할 때”
글로벌열풍 한식, 양보단 질적성장 추진
해외도시 ‘우수 한식당’ 12곳 추가 지정
관광+향토음식 ‘K-미식벨트’ 사업 착수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K-푸드’가 이제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이는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른 ‘미식’이란 키워드에서 하나의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재동 한식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만난 임경숙 진흥원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식 트렌드와 K-푸드가 떠오른 상황에서 한식이 미식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한식 이미지를 한층 높여 이를 ‘미식’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2010년 설립된 진흥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으로, 국내외 한식 확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진흥원과 임 이사장의 인연은 그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취득한 그는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영양학자다. 한국영양교육평가원·대한영양사협회 감사 직을 거쳐, 2021년부터 진흥원의 6대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임 이사장은 “한식의 뛰어난 영양학적 장점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진흥원의 역할과 사업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그가 맡은 진흥원은 어느 때보다 막중한 역할을 짊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한식의 가치와 깊이를 선보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고급스러운 한식 레스토랑의 홍보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진흥원이 꺼내든 전략은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이다. 해외 한식당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올해 1월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뉴욕·파리·도쿄에서 ‘우수 한식당’ 8곳을 선정했다. 해당 식당에는 국산 식재료·식기의 구매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올해는 12곳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국내 미식 사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최근 진흥원은 미식 관광 상품과 향토 음식의 활성화를 위해 ‘K-미식벨트’ 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식재료·전통주·식품명인·향토음식을 모두 결합해 체계적인 ‘국내 미식벨트’를 만드는 사업이다. 임 이사장은 “지역별 미식 자원을 분석하고 미식 거점 시설을 만들어 미식 관광 상품을 개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위치한 한식문화공간 ‘이음’을 중심으로 근처 북촌의 관광지와 먹거리를 연계해 미식관광 코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올해 안으로 사전조사 작업을 마친 후, 2024~2032년 전국에 미식 관광 거점 시설을 30곳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진흥원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Restaurants)‘과 같은 유명한 국제 미식행사의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미식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내년에 개최된다. 진흥원은 해당 행사의 한국 유치에 도움이 되도록 올해 10월 국내에서 대규모 미식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진흥원이 이 같은 미식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것은 K-푸드의 인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 이사장은 “현지인이 한식을 직접 만들수 있도록 한식요리 경영대회·한식체험 밀키트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두 사업을 신청하는 재외공관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체험객의 긍정적 후기는 물론 진흥원 설문조사에서도 외국인의 한식 호감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이를 확인할 때마다 놀랍다”고 했다.
K-푸드의 인기 품목도 다양해졌다. 임 이사장은 “현재 미국에서는 떡볶이가 인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떡볶이 영상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으며, 월마트 같은 현지 대형 마트에서는 떡볶이 밀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가 속속 등장하고, 치즈 닭갈비, 순두부, 삼겹살 등의 메뉴도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외 분위기도 털어놨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임 이사장이 거듭 강조한 것은 “이제 한식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할 때”라는 말이었다.
현재 한식은 해외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단계’에 있다. 향후에는 ‘일시적 유행’ 또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미식 브랜드’로 갈라질 수 있다. K-푸드가 글로벌 미식 브랜드 배지를 안정적으로 장착하도록 진흥원의 다양한 미식 사업 활동을 기대해본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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