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초거대 AI시대, 데이터 보호무역장벽 맞설 지혜 모아야
지난 5월 아일랜드 개인정보보호당국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GDPR) 위반을 이유로 12억유로(약 1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메타가 2020년도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의 판결에 위배해 페이스북의 EU 회원정보를 개인정보 수준이 낮은 미국으로 전송함으로써 특히 미국 정보기관의 활동 등에 노출되게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자유무역의 보편화를 기치로 내건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지 30년이 돼가는 지금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적어도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EU를 비롯해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 대부분 주요 국가의 데이터 규제법은 개인정보의 해외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인 해외 이전의 경우 개인 동의나 개인정보보호 안전성이 입증된 국가여야 한다는 등의 엄격한 요건을 부과함으로써 자국민의 데이터가 될수록 자국 내에 머물게끔 유도하고 있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이를 통한 신경제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경제 시대의 이상과는 반대되는 경제질서가 데이터 영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 경제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아귀 다툼’도 결국 누가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누가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갖느냐에 초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공무원들의 틱톡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린데 이어 5월 미국 몬태나주는 틱톡의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본 법안은 내년 1월 발효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틱톡을 운영하는 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실제로는 중국 회사이므로 중국 공산당이 틱톡의 데이터에 무한정 접근할 수 있고, 데이터 알고리즘을 조작함으로써 미국인들의 취향과 행태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반도체를 비롯해 미국 자국의 IT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가득하다.
IT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 심지어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EU 간 대립의 핵심은 누가 데이터를 관할하고 지배하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이를 이용할 수 있고, 이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 경제와 정치를 리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개발과 운영에 있어 막대한 데이터 양이 요구되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AI의 개발 및 활용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핵무기 감축 협정과 유사한 국제조약으로 그 위험성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경제적·군사적 긴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초거대 AI가 초래할 국제질서의 변화와 그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데이터 보호무역주의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거대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의 확보 가능성, 초거대 AI 활용과 관련해 발생하는 데이터에 대한 각국 정보당국의 접근 가능성이 중차대한 경제적·국가안보적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향후 초거대 AI를 가능케 하는 데이터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싼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의 힘겨루기는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초거대 AI 시대에 데이터 영역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자국의 데이터산업과 초거대 AI산업을 진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우리 기업이나 국민이 불측(不測)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유창하 법무법인 린 미국변호사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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