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오염수·이동관·이태원 장외투쟁…與 “반정부단체 다름없는 선동정치”
국회에서의 여야 극한 대치상황이 장외(場外)전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여 온 여야는 돌파구 없이 ‘먹방’과 ‘단식’으로 맞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가운데, 야당은 이번 주말부터 전국적 장외투쟁을 예고해 극단 정국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야당은 ‘이태원 특별법’ 제정과 윤석열 정부 개각 인선을 두고서도 장외투쟁을 확대하면서 여권의 “선동 정치”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1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를 연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국민 안전을 지키러 남대문으로 모여달라”면서 규탄대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부산과 인천 등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7월 한 달 간을 장외투쟁 집중 기간으로 삼아 서울, 호남, 충청, 제주 등에서 규탄대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지난 2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전국적 장외투쟁을 진행한 데 이어 5개월여 만에 재개된 ‘총동원령’에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감지된다. 총선을 앞두고 각 시도당과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등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여기에 당 원로들도 최근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대여투쟁은 잘 하는데 당내 관리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듯, 당 내홍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눈을 외부로 돌려 투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전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 거리 행진에 동참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공세에 이어 이태원 특별법 이슈로 장외투쟁 범위를 넓힌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의원총회를 통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이태원 유가족이 단식농성 중인 국회 앞 천막을 찾아 ‘거리 정치’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에 반드시 태우겠다고 약속하며 단식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결국 정부여당이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한 이후에도 장외투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예고한 대목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또 대통령실이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공세를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통위원장 지명이 임박한 가운데 이를 고리로 집회를 검토 중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지명할 경우 즉각적 총력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최고위 의견이 모아졌고,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시도 저지 규탄대회’를 바로 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같은 시도를 “선동 정치”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586 운동권’ 출신으로 현재는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함운경 국민동행 전북지부 대표를 초청해 대야 공세를 폈다.
친윤(친윤석열)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 등장한 함 대표는 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에 대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싸움”이라면서 “이 싸움은 ‘과학 대 괴담’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사실 더 크게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고 자유 동맹을 지키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애당초 진실에는 관심도 없이 그저 정략적 이익만을 노린 민주당의 선전선동이 이제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민망하다”면서 “오죽하면 민주당의 행태가 반(反)정부단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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