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칠 벗겨진 양복점‧병원‧약국 간판…화순탄광 옛 영화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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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소 직원들 보고 식당장사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마을에는 화순광업소 직원들의 사택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김성직씨는 "현재 야구장 숙소가 들어선 곳에는 병원이 자리하고 있었고, 5층 건물 3개동으로 구성된 화순광업소 직원 사택 인근에는 영화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05년 탄광이 발견돼 118년의 채탄역사를 갖고 있는 화순광업소는 30일 폐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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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소 직원들 보고 장사했는데…어찌 살지 막막"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광업소 직원들 보고 식당장사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28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동면 천운리에서 만난 김성직(74)‧박판순(68) 부부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천운리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에서 자동차로 2분 거리에 자리한 마을. 마을에는 화순광업소 직원들의 사택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마을 초입에서 애호박찌개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에게 화순탄광 폐광은 곧바로 식당 폐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중대 사건이다.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광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순이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폐광소식에 두 부부는 후텁지근한 장맛비에 연신 부채질만 해댔다.
화순광업소는 70, 80년대 근무인원이 1700명에 이를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이 때문에 천운리에는 기차가 지나고 산골마을에 영화관, 대형병원이 들어설 정도로 지역사회를 풍요롭게 해줬던 고마운 광산이었다.
하지만 연탄수요 감소로 석탄 생산원가가 급증한 탓에 정부가 화순탄광을 조기 폐광하기로 결정하면서 탄광 인근 지역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최병철 천운리 이장은 "탄광 사택이 100세대 규모인데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마저도 폐광되면 사는 사람이 더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운리 삼거리의 문 닫은 양복점과 세탁소, 약국 간판의 벗겨진 페인트칠에서 옛 영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김성직씨는 "현재 야구장 숙소가 들어선 곳에는 병원이 자리하고 있었고, 5층 건물 3개동으로 구성된 화순광업소 직원 사택 인근에는 영화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순광업소에서 걸어서 2분 거리인 구암리 삼거리 역시 폐광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삼거리를 중심으로 자리한 10여개 가게는 문을 닫은 지 오래됐다.
군내버스에서 내린 서연자씨(76‧여)는 "가게는 진즉부터 다 비어있고 조용한 동네가 된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지난 1905년 탄광이 발견돼 118년의 채탄역사를 갖고 있는 화순광업소는 30일 폐광한다.
정부가 공고한 제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른 조치로 2022년 이후 석탄공사의 석탄 생산량을 107만톤으로 한도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화순광업소가 폐광하고, 이어 내년에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삼척 도계광업소 순으로 단계별 폐광하게 된다.
당장 이틀 뒤면 문을 닫게 되는 화순광업소는 고요했다. 광업소 입구에는 광부들의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 여러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최근까지 유일하게 채탄작업이 이뤄졌던 '동갱'은 지난 4월30일자로 채탄작업을 종료했고, 광부들을 실어나르던 탄차는 갱 입구 쪽에서 폐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까지 남은 화순광업소 근무인력은 260여명이다. 이들은 폐광과 함께 모두 퇴직처리 된다.
취재진 안내를 맡은 화순광업소 총무과 최웅씨는 "올해 말까지 석탄공사에서 정리작업을 마무리하면 내년부터는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관리주체가 넘어가 광해관리와 해당 지역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화순군은 폐광 이후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나 대체산업 개발, 주변 마을 지원대책 등 정부차원의 전반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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