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尹 '반국가 세력' 발언, '文정부 간첩' 주장과 다르다는 걸 명확히 해야"
"보수 결집을 위한 목적?" 정치적 확장성 의문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28일) 윤 대통령은 국내 최대 보수단체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 기념식에 참석해 "종전선언은 가짜 평화 주장", "반국가 세력이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의 안보에 대한 큰 걱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지난 정부가 간첩이다'라는 주장과는 다르다는 걸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소형 핵무기, 대남용 핵무기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것, 이거는 우리 국가 안보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국가를 흔들 수 있는, 저는 그때 '반대한민국적 행위들', 이런 표현을 썼다"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반국가 세력이라는 게 일부 강경 우파에서는 '간첩'이라고 말한 것 아니냐, 그러니까 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요구하고 싶은 것은 안보에 대한 걱정, 국가관 대한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반국가 세력이라는 게 국가보안법에 보면 '반국가 단체' 이런 게 있다. 그게 사실상 간첩이랑 같은 의미고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은) 이것과 차별화된다는 걸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 의원은 지난 27일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이 국회 토론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간첩'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과는) 시기적 우연함, 우연의 일치라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보수진영에는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의 발언을 사실상 두둔한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제도 비판했지만, 보통 좌파 전체를 간첩이라고 보면 진짜 간첩이 나타났을 때 (국민이) 걱정하지 않는다. 안 믿는다. 다 간첩이니까"라면서 "이거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 센 발언은 국가 안보에 대한 걱정이지 지난 정부를 간첩 세력이라고 보는 건 아니라는 걸 명확히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반국가 세력이라는 발언 자체가 문제'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우리 보고 '친일 매국 세력'이라고 한다. 더한 표현"이라면서 "정치가 서로 이렇게 강경하게 가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 의원은 "(윤 대통령은) 갈등을 감수하고 (발언) 하신 것 같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과 관련된) 괴담, 가짜 뉴스가 '대한민국을 흔드는 행위 중 하나'로 겹쳐 있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유엔 제재 해제를 부르짖었던 것, 대한민국을 괴담 국가로 만들고 있는 것, 이런 것들이 자유 국가, 문명국가로서의 대한민국 뿌리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의에는 "정치적으로는 우리한테 확장성에 있어서는 글쎄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이 안보에 대해 걱정이 큰 것 같다"고 말을 돌렸다.
중도층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제3지대'를 표방하며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성찰과 모색'의 곽대중 대변인은 "지난 정부 때부터 느끼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모르겠다. 특정 진영의 대변자 역할에 충실히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곽 대변인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저쪽을 반국가 세력으로 만들어 버리면, 특히나 그게 전직 대통령이라면,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의 검찰총장으로 일했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곽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자꾸 이렇게 갈라치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아쉽다) 지난 대선 때도 결국에는 세대를 갈라치려고 하고 성별을 갈라치려고 하고 그런 측면에서 당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선이 되고 나서는 공약을 했던 게 '통합정부를 만들겠다', '야당과 협치하겠다' 하면서 그런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실망이 쌓여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서 분명히 괴담의 영역이 있고, 조금 더 과장된 게 있더라도 정치 영역에서는 어떻게든지 일반에 한 번이라도 어필을 하고 국민들이 '아, 우리 정부를 한번 믿을 수 있겠다'라는 걸 보여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여야가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곽 대변인은 "한쪽에서는 자꾸 이상한 괴담만 유포하려고 하고 한쪽에서는 무슨 먹방(먹는 방송)을 하면서 이걸 자기들이 자영업자의 편인 것처럼 보여주려고 한다"면서 "결국에는 강 대 강의 대치로만 가는 정치가 되고 있는데 이걸 풀어주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대통령이 이걸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보수단체에 가서 한쪽을 완전히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이런 극단적인 강 대 강 정치는 싫어할 국민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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