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기면 다 해내는 LG의 베테랑 같은 고졸신인···박명근 “카멜레온 같은 투수 될래요”[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3. 6. 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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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명근



박명근(19·LG)은 올시즌 LG의 선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하면서 투구 수를 쌓고 선발 수업을 했다.

막상 개막 직전 박명근의 자리는 중간계투로 결정됐다. LG의 계획 안에서, 박명근은 중간에서 롱릴리프로 뛰되 5선발 계획이 틀어질 때 투입될 수 있는 대체 선발 1순위이기도 했다.

박명근은 실제로 그 역할을 다 거쳤다. 개막 후 한 번 로테이션을 돈 뒤 선발 이민호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 자리에 가장 먼저 박명근이 투입됐다. 3차례 중간 등판 뒤 한 번 선발로 나선 박명근은 당시 3이닝 2실점으로 역할을 다 했다.

이후 중간계투로 돌아온 박명근은 자연스럽게 필승계투조로 이동했다. 부상으로 함께 개막하지 못한 마무리 고우석의 빈자리을 채우기가 버거워질 무렵 접전이나 세이브 상황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마무리로 중용되면서 연속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박명근은 필승계투조에 안착해 있다. 고우석이 복귀해 있는 지금, LG는 이기고 있을 때는 지켜야 하는 시점에, 뒤지고 있어도 지키기만 하면 승부를 뒤집어볼 수 있는 시점에 박명근을 투입한다. 박명근은 1이닝만 던질 때도 있고 그 이상을 던질 때도 있다. 6월 이후로는 1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우가 잦다. 필승계투조 안의 롱릴리프인 셈이다.

지난 28일 SSG전에서도 LG는 1-5로 뒤지고 있는데도 5회말에 함덕주를, 6회말에 정우영을 투입한 뒤 4-6으로 쫓아가자 7회말 박명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명근은 8회까지 2이닝을 볼넷 1개만 내주고 안타 없이 공 28개로 틀어막았다. 그 사이 LG가 8회초 역전해 승리하면서 박명근은 승리 투수가 됐다. 데뷔후 3승째, 모두 구원승이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3라운드 지명돼 입단한 ‘고졸신인’ 박명근은 34경기에 나가서 35이닝을 던지고 3승 무패 5세이브 5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고졸신인에게는 선발보다 오히려 성공하기 어려운 자리가 마무리고 중간계투지만 배짱 좋은 박명근은 마치 베테랑처럼 맡기는 역할을 다 소화해낸다. 개막 이후 줄곧 부상 등 변수에 시달리면서도 선두권을 유지해온 염경엽 LG 감독은 몇 명의 투수를 원동력으로 꼽는다. 박명근의 이름은 늘 그 중 가장 먼저 등장한다.

박명근은 지금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늘 준비하고 있다. 박명근은 “지든 이기든 팀이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나가는 것 같다. 앞에서 빨리 나가느냐, 뒤에서 늦게 나가느냐일뿐 (불펜에서 보직은) 별 차이 없는 것 같다”며 “시즌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타자와 승부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내 맘대로 안 될 때가 많아서, 내가 안 좋은 날에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경기 운영을 열심히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 등판하든 잘 소화해내는 것이 ‘베테랑 같은 신인’ 박명근의 목표다. 박명근은 “집에 가면 야구장에서 있었던 일은 잊는다. 스트레스에 둔해서 긍정적인 편”이라며 “팀이 1위를 다투는데 중요한 상황에 나가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지금은 책임감 느끼며 던지고 있다. 카멜레온처럼 어디 나가서 던지든 어울릴 수 있는 투수이고 싶다. 지금은 그렇게 해가고 있는 편 같다”고 웃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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