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亞·阿 바그너그룹 관리자 변경…WSJ "러, 그룹 장악 착수"

러 외무차관이 시리아 찾아 대통령에게 전달
외무 고위관료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통화
"바그너 러 영향력 구축…러, 영향력 수호 원해"

[말리=AP/뉴시스] 아프리카 말리 북부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민간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병력이 걷고 있다. 프랑스군이 날짜와 정확한 장소 정보 없이 사진을 제공했다. 2023.06.29.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러시아 정부가 민간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직접 장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반란을 기도한 뒤 나온 조치다.

2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파견된 바그너그룹의 관리 주체를 변경하겠다고 각국 정부에 통보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의 사업을 접수하려는 행동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러시아 외무 차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직접 만나 바그너그룹이 더 이상 독립 주체로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아울러 외무부 고위 관료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러시아가 아프리카 활동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일부 항공 전력을 할당해 바그너그룹의 해외 주요 전초기지인 시리아와 말리로 오가도록 했다.

국내 정치 안정세 회복이 시급한 러시아가 이 같은 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한 데에는 외교적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바그너그룹이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진행해 온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러시아 정권의 메시지를 함축한 행보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와 보로네즈 지역을 접수한 뒤 북진을 계속해 모스크바에서 200㎞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나, 막판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바그너그룹이 행사해 온 영향력을 러시아 정부가 흡수하겠다는 의도도 동시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2020~2021년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미국 특사를 지낸 존 피터 팸은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영향력 구축을 도왔다"며 "(러시아) 정부는 확보한 영향력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프리고진의 반란을 목격한 정부가 그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프리고진은 자금줄이 끊기게 될 전망이다.

현재 바그너그룹 용병은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등에 분포한 바그너그룹 병력은 6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만 매년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 바그너그룹은 수단에서 러시아로 금 수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랍에미리트로 다이아몬드·목재 수출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그 때문에 지난 27일 미국 재무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재 프리고진 관계 기업인 광산 업체 마이다스, 금·다이아몬드 거래 기업인 다이엄빌을 비롯해 프리고진에 자금을 댄 유통 기업과 금 거래 연루 기업 등에 제재를 가했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재무부의 제재는 바그너그룹 금융망과 국제 조직의 핵심 행위자의 활동을 막는다"며 바그너그룹이 그동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에서 천연자원을 통해 작전 자금을 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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