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선수 출신’ 이찬영 코치, “너무 좋고, 재미있다”
김태진 명지대 감독이 전자랜드 코치 시절인 2014년 12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김태진 감독은 당시 ‘저승사자’로 불렸다. 추운 겨울 새벽훈련을 할 때 검은 옷을 입고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연습하러 나오는 그 모습을 본 선수들이 그렇게 불렀다. 그만큼 힘들게 훈련시켰다. 선수들은 김태진 감독과 함께 훈련하는 과정을 ‘TJ(태진) 아카데미’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태진 감독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 이번에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코치로 선임된 이찬영 코치다.
이찬영 코치는 당시 김태진 감독에게 어떻게 훈련을 받았는지 물었을 때 “모비스 등 새벽을 운동을 하던데 우리도 항상 새벽, 오전, 오후, 야간에 4번 훈련했다. 경기가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2군이라 열심히 해야 하지만, 경기 당일에도 연습을 해서 힘들고 불만이 있었다”며 “김태진 코치가 ‘네가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냐?’고 해서 서운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더 했어도 모자랐을 거라고 생각하고, ‘배고픔을 알아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이어 “유도훈 감독님도 그렇고 기본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농구를 처음 했을 때부터 기본기가 있었다면 좀 더 재미있게 프로 생활을 했을 거 같다. 새벽에는 겨울에도 숙소 뒤의 인천대공원에 나가서 드리블 연습을 했다. 전지훈련을 가도 새벽 드리블 연습은 빠지지 않았다. 오전에는 경기가 있으면 웨이트를 하고, 웨이트를 하지 않으면 패턴이나 체력 훈련을 했다. 야간에는 슛 연습을 했는데 그냥 슛을 쏘는 게 아니라 경기처럼 하거나 2-2플레이가 기본이었다. 여기에 수비 스탠스 연습을 했다”며 “지나고 나니 그 때만큼 힘든 적이 없다. 입대하며 운동을 그만 뒀는데 군대에서의 훈련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 때만큼 힘든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사회생활에서도 도움이 된다. 지금도 김태진 코치를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도 드리는데 편하고 좋다. 그 마음을 아니까”라고 덧붙였다.
아주 오래 전에는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난 뒤 수련선수를 따로 뽑았고, 그게 2군 선수 드래프트로 발전했다. 2군 리그가 D리그로 바뀌며 2군 드래프트가 사라지고,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든 선수들을 뽑는다.
이찬영 코치는 2군 드래프트가 생기기 직전 마지막 수련선수로 전자랜드에 입단한 뒤 2군(현 D리그) 선수를 거쳐 매니저와 전력분석에 이어 코치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선수 시절부터 힘든 과정을 이겨냈고, 그만큼 성실하게 맡은 역할을 소화했기에 코치가 될 수 있었다.
수련선수 출신 중에서 이찬영 코치보다 먼저 프로 구단 코치를 맡은 이는 이두훈 삼성 코치다. 이두훈 코치는 처음으로 수련선수가 도입된 2000년 대구 동양과 수련선수 계약을 맺어 프로에 발을 들여놓았고, 현재 삼성에서 은희석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찬영 코치는 수련선수 최초의 프로 구단 코치는 아니더라도 흔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대행은 이찬영 코치의 역할에 대해 “영상을 핵심적인 것만 선수들에게 보여주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충분히 대화를 했다.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코치가 1명(김상영 코치)으로 안 되어서 회사에 부탁을 했다”며 “전력분석을 오래 했고, 각 팀 전력을 잘 알고, 영상을 나보다 더 많이 봤기에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처음이지만 능력도 되고, 잘 할 거라고 여긴다. 선수들과 관계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지난 27일 대구체육관에서 오후 훈련을 마친 뒤 이찬영 코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코치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되어서 당황스럽다. 하고 싶었던 일이고, 기회를 주신 분들도 계신다. (코치가) 된 것은 좋은데 이렇게 되기까지 많이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 부족할 수 있지만, 부족하지 않도록 최대한 열심히 해야 한다.
운이 좋다고 볼 수도 있다.
모든 게 운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회가 또 좋았고, 운도 좋았다.
2군 선수가 아닌 연습생(수련선수) 출신이다.
내가 (프로에 올 때는) 2군 드래프트가 없었다. 그 때 2군이 없었고, 드래프트 이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팀에 합류하려면 연습생(수련선수)으로 들어가야 했다.
연습생 출신, 더 나아가 2군 드래프트 출신 선수 중 코치가 된 건 없을 듯 하다.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처음인가요?
찾아봐야 하는데 없을 듯 하다.
1년 연습생을 하면서 2군이 생겼다. 첫 2군이 생길 때 2군 선수로 등록했었다. 처음 제도가 시작될 때 들어왔기에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확인 결과 수련선수 출신인 이두훈 삼성 코치가 있어서 최초는 아니다.)
의미가 있기에 경기를 많이 못 뛰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더 느낄 듯 하다.
맞다. 잘 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어려운 거다. 연습생일 때도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습생과 2군 선수생활을 하며 상무(국군체육부대)에 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부족하지만, (상무 입단) 테스트를 잘 받았다고 여겼음에도 상무에 떨어졌다. 어쨌든 연습생이나 2군 선수도 상무에 갈 수 있다는 걸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수련선수 중 이두훈 코치, 박상현 전 데이원 스카우트가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함).
다른 목표는 1군(정규리그)에서 (경기를) 많이 뛰는 것이었는데 내가 부족해서 안 되었다. 이 자리에 오기 위해서 차근차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운도 좋고, 주위에서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너무 좋다. 후배들에게도, 솔직히 평생 농구만 해온 후배들이 많은데 드래프트에서 안 뽑히기도 한다. 농구만 바라봤는데 안 뽑히는 후배들은 안쓰럽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다른 위치에서 농구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많다고 생각했다. 기회나 시간이 되었을 때 내 위치에서 열심히 했는데 그걸 바라보는 분들께서 좋게 봐주셨다.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좋게 여기면서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
연습생과 2군 선수일 때 TJ 아카데미에서 정말 열심히 했었다. 매니저와 전력분석일 때도 최선을 다했기에 주위에서 도와주셨을 건데 언제 가장 힘들었나?
(웃음) 농구를 좀 늦게 시작했는데 대학(한양대) 4년 동안도 힘들었다. 그리고 프로 연습생 1년을 하고, 2군을 시작할 때 TJ 아카데미가 생겼다. 그 때 내가 0호기였다. 1호기도 아닌 0호기였다(웃음). 대학 4년도 힘들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4년까지 모두 합친 것보다 그 1년이 더 힘들었다. 제일 힘들었다. 군대보다 더 힘들었다(웃음).
군대 가기 전에 현 김태진 (명지대) 감독님 계실 때 어떻게 훈련을 했는지,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지 전화 인터뷰를 했었다. 그 때 그렇게 힘들게 훈련했는데 군대 가는 게 전혀 무섭지 않고(웃음),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 같다고 했었다. 조금 아쉬운 건 힘들게만 훈련했다. 나도 부정적인 생각이 분명 있었다. 좀 더 재미있게 훈련했으면 하는데, 내가 농구를 잘 했다면 재미있었을 거다. 내가 부족했었다. 그만큼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
그렇게 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김태진 감독님도 그렇고 그 당시 유도훈 감독님, 트레이너 선생님, 통역 맡았던 한기윤 형, 매니저였던 최병훈 대전고 코치님도 진짜 많이 도와주시고, 대외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셨다. 열심히 하고, 성실히 했던 것만 보여줬는데 그걸 예쁘게 봐주셨다.
선수들은 큰 부상이 없는 거 같은데 이찬영 코치가 부상 같다(이찬영 코치는 훈련 중 걷는 게 불편해 보였다).
(웃음) 선수들이 다치는 것보다는 내가 다치는 게 낫다. 지난 주에 단합대회를 하며 선수들과 축구를 했는데 얼마 뛰지도 않고 다쳤다(웃음). 근육이 조금 놀랐다. 예전 연습생 시절 같지가 않다(웃음).
강혁 감독대행은 이찬영 코치에게 어떤 부분을 바라나?
우선 얼마 전까지 전력분석으로 일을 했는데 영상 업무였기에 선수들이 잘 안 되거나 부족한 걸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많고, 팀으로 봤던 것도 많다. (강혁 감독대행은 이찬영 코치의 역할로) 그 부분을 유지하려고 하신다. 선수들의 부족한 것만 볼 수 없다. 약속된 게 안 되면 전체적으로 볼 수 있고, 또 필요로 하는 게 있다면 개개인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영상 관련 부분을 요구하셨다.
코치지만, 일이 더 많이 늘어났을 거 같다.
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지도해야 한다. 내가 다 하는 게 아니다. 감독님과 김상영 코치님도 계신다. 매니저(공두현)도 있기에 나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한다. (코트에) 나와서 이렇게 선수들과 부딪히는 게 너무 좋고, 너무 재미있다.
코치로 어떤 역할을 하며 이번 시즌 어떻게 보낼 건가?
어수선한 분위기는 소집할 때나 지금도 바꾸려고 한다. 나뿐 아니라 감독님, 코치님, 다른 스태프들도 그걸 바라신다. 선수들도 그걸 따라 가려고 한다. 훈련할 때 분위기 좋게 하면 능률이 오른다. 그렇게 하도록 내가 도와야 한다. 기본적인 부분, 체력과 수비 등 꾸준하게 잘 다듬어서 시즌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싶고, 감독님, 코치님도 그렇게 생각하신다. 그 부분에 맞춰서 준비하겠다.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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