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투수가 9주 만에 153㎞ 파이어볼러 좌완으로 랜딩… SSG는 무슨 짓을 한 거야

김태우 기자 2023. 6.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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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강화 2군 경기서 최고 153km를 기록해 화제를 모은 정성곤 ⓒSSG랜더스
▲ 강속구를 찾은 정성곤은 후반기 조커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이채호와 맞트레이드돼 SSG 유니폼을 입은 정성곤(27)은 당초 부족한 팀 내 좌완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한때 유망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적도 있었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이미 1군 150경기 경력이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후 2경기 출전이라는 초라한 기록이 말해주듯이, 정성곤은 트레이드 당시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팀이 KBO리그 역대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해서 그렇지, 팀 성적이 부진했다면 옆구리 유망주 이채호를 내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법도 했다. 구단에도 큰 고민을 안겼고, 선수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트레이드된 즉시 전력감을 1군에서 2경기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 자체로 문제가 있었다. 좀처럼 예전 구위를 찾지 못한 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어렸을 때 정성곤은 시속 140㎞대 중반의 제법 빠른 공을, 까다로운 투구폼에서 던지던 유망주였다. SSG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구속이 계속 떨어졌고, 이제는 140㎞를 넘기는 것도 힘겨운 그저 그런 좌완이 되어 있었다. 지난해 정성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3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해를 지나서도 구속은 올라오지 않았고, 정성곤은 1군 전력에서 점차 잊히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김동호 SSG 잔류군 투수코치의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코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의 최고 구속이 135㎞였다. 여러 고민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특별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메커닉스를 통한 진단과 추적, 그리고 드라이브라인의 훈련 기법을 결합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드라이브라인의 훈련 프로그램은 현재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을 물론 유명 운동선수들이 애용하는 검증된 프로그램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에서도 드라이브라인 출신 코치들을 직접 고용해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 드라이브라인에서 직접 트레이닝을 한 적이 있었고, 그 인연으로 지금도 시설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 프로그램에 정통하다. 바이오메커닉스로 정성곤의 문제를 진단하고,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실 정성곤은 지난해에도 당시 투수코치였던 브랜든 나이트 코치의 권유로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소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권유에도 “시간만 날릴까봐 두렵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김 코치 및 SSG 육성팀에서 정성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잘 설명했고, 정성곤도 반신반의하며 손을 잡았다. 그렇게 당초 12주짜리 프로그램을 정성곤 상황에 맞춘 9주의 여정이 시작됐다.

▲ 정성곤은 팔꿈치가 너무 벌어지는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회전력을 더했다 ⓒSSG랜더스
▲ 바이오메커닉스 시스템은 정성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SSG랜더스

진단은 명확하게 나왔다. SSG 바이오메커닉스 시스템을 담당하는 ‘벡터바이오’ 관계자는 “정성곤은 근력과 파워, 유연성 등 신체지수 자체는 좋게 측정됐다”면서도 “투구의 동작은 골반, 어깨, 팔꿈치, 손목, 손으로 이어지는데 팔꿈치 동작에서부터 에너지 손실이 있었다. 팔꿈치가 너무 벌어지면서 회전 속도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또한 공중에서 몸통이 돌아가면서 회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고 첫 진단 당시를 떠올렸다.

진단이 나왔으니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보완점을 찾고, 수정하면서 다시 그 과정을 추적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팔꿈치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팔꿈치를 올렸고, 회전력을 받기 위해 발을 딛는 위치와 시점도 바꿨다. 그렇게 꾸준하게 훈련을 이어 갔더니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프로그램 이수 전 135㎞를 던지던 투수가, 최고 153㎞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가 된 것이다.

9주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라이브피칭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 정성곤은 6월 28일 강화에서 열린 한화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했다. 수정 뒤 첫 실전 등판이었는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강화SSG퓨처스필드에 설치된 ‘트랙맨’ 시설이 측정한 정성곤의 이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무려 153㎞였다. 최저가 146㎞였다. 지난해 최고 구속보다 지금 최저 구속이 더 높은 셈이다. 1군서도 활용하는 ‘트랙맨’ 장비인 만큼 구속의 신뢰성은 확실하다.

이날 등판을 지켜본 SSG 퓨처스팀 관계자는 “매우 좋은 구위를 보여줬다. 세트포지션에서 구속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140㎞대 후반대가 나왔고, 제구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과거 구속 대비 확연한 차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투구 폼이나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조금의 시간은 더 필요하겠지만, 후반기 비밀병기로는 큰 기대감이 모인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겠으나 보통 투수의 자신감과 큰 연관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자체로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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