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가가 본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극복해도 보상이 없다면…"

정기종 기자 2023. 6.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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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지털 헬스케어, 돈 될까⑤
[편집자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촉망받는 미래산업이란 평가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여건은 갖춰졌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너도나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데, 정말 돈이 될까. 규제 장벽을 넘고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글로벌 기업이 파산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과 암을 짚을 때가 됐다.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굵직한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잠재력 높은 기업에 대한 초기 자금 투자와 향후 회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벤처캐피탈(VC) 업계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필수적인 투자 업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복합적이다. 잠재적 가치를 인정하며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르는 자본 관점의 생산성과 규제 허들이라는 불확실성도 공존한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헬스케어 투자 업계 대표라 할 수 있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VC협회장)과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김치원 카카오벤처 상무에게 자본시장에서 어떻게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고 있는지 의견을 구했다. 이와 함께 선호하는 기업의 특징,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투자 전문가가 보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주소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고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도 눈에 띄지만, 미래산업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건수 대표는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은 신약 개발이지만, 돈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고 리스크도 적지 않아 국내기업 규모로 끝까지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1차 타깃으로 하는 것이 국내 신약개발의 현주소"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IT 기술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 업계 역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최윤섭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유망하다는 걸 부인하는 시선은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정해진 미래, 확정된 미래'라고 표현하고 있다. 긍정적이고 큰 시장이 올 거라는 시각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벤처캐피탈은 결국 매출 실적을 보여주길 원한다. 최근과 같은 투자시장 혹한기에선 더욱 투자자들이 '숫자'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성과 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의료AI 분야 가능성 가장 높아"
디지털 헬스케어는 아직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 그 범위 역시 디지털 치료제부터 비대면 진료, 의료 인공지능(AI) 등 다양하다.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수익 창출과 성장을 위해 요구되는 동력은 상이하다. 성과가 가시화되는 속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성과를 내는 기업=좋은 기업'인 자본시장에서 보다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비를 아껴주는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시장은 작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그에 상응하는 해외 대형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업인지가 중요하다"며 "대표적으로 의료 AI 분야는 적은 수의 대형병원이 존재해 데이터 수집이 용이한 국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결국 조금 더 가시화된 성과물, 즉 매출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이 조명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신약 개발보다 빠르게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술의 강점을 비춰봤을 때 의료 로봇이나 의료 AI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한 선결과제로 단연 규제 해소를 꼽았다. 특히 규제 완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규제 허들을 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각 기업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와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치원 상무는 "규제를 극복하고 시장에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크다고 인식돼야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규제를 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며 "현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문제는 규제 자체가 많은 것도 있지만 그 규제를 돌파해봤자 아직 시장이 크지 않아 얻을 수 있는 과실이 별로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소한의 마중물로 환경 조성해야…국내 규제 개선 속도감은 고무적"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수가다.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식으로 치료제나 의료기기의 효과를 입증해야 수가를 주고 싶은 것이 보험의 속성이지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선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최소한의 마중물이 되는 수가가 존재해야 의사들이 디지털 치료제나 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가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에 '일단 결과를 들고 오라'는 식의 접근은 스타트업 위주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보다 전향적인 수가가 생긴다면 국내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만들기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갑자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정책적으로 최소한의 디딤돌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적인 전통 제약·바이오 산업 내 규제 성향과 비교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규제 개선 움직임은 고무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발맞춰 자본시장 역시 선행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관련 아젠다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전체 의료기기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만 놓고 보면 최근 국내 규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선 오히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선진 규제 기관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의미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규제에 가장 민감한 원격진료 같은 경우도 결국 허용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의료 데이터 공개 등은 더 많은 논의를 위한 공론의 장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역시 무조건적으로 규제 개선을 기다리기보다 투자를 통해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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