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하마터면 사고 낼 뻔"…전기차 '원페달 주행', 뒷차 추돌사고 유발 ↑

강지용 2023. 6. 2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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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회생 제동'으로 가속 페달만으로 정차까지 가능
美컨슈머리포트 "감속 때에도 제동등 미점화로 사고 우려"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최근 전기자동차 관련 사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원페달(One-Pedal) 드라이빙'이 화두로 떠올랐다. 전기차를 운전할 때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 가속 페달 하나로 감속과 정차까지 가능한 방식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컨슈머리포트가 테스트를 통해 제동등 문제를 발견한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기아에서 출시한 전기차들이다. 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350+' 운전석 모습 [사진=김종성 기자]

이는 전기차 특유의 '회생 제동(Regenerative Break)' 방식 때문이다. 전기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기능이다. 가속 페달을 밟는 강도를 줄이거나 발을 떼면 속력이 줄어들고 회생 제동이 일어나며 배터리가 충전된다.

29일 전기차업계에 따르면 제동 강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가속 페달만으로 완전 정차까지 가능한 것을 '원페달 드라이빙'이라고 부른다. 이 모드는 제조사별로 테슬라 '홀드모드', BMW 'B모드', 현대자동차그룹 'i-페달' 등으로 달리 불린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전기차의 골칫거리인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전방에 주행 중인 전기차를 뒤따라갈 때 제동등(브레이크램프)이 지나치게 자주 점등되거나 주행 속도가 비교적 빠르게 느려지는 데도 제동등이 켜지지 않아 당황했다는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최근 도로에 전기차가 급격하게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한 누리꾼은 지난 22일 '하마터면 추돌 사고를 낼 뻔 했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전기차의 새로운 기능에 대한 혼선은 보급량이 늘면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컨슈머리포트 "개선 전까지 원페달 주행 삼가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유력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도 "전기차 제동등이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일부 차종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는 경우에만 제동등이 켜진다"며 "차량의 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함에도 제동등이 켜지지 않아 뒤따르는 차량과 충돌 사고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정부 역시 전기차의 감속률에 따른 제동등 점화에 관한 명시적인 표준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E 350+' 앞모습 [사진=김종성 기자]

제니퍼 스톡버거 컨슈머리포트 자동차 테스트센터 운영 이사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가장 높은 단계의 원페달 주행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컨슈머리포트가 테스트를 통해 문제를 발견한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기아에서 출시한 전기차들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제동등 점화 규정(국토교통부령 자동차규칙 제15조 10항)에 따르면 전기차는 회생 제동에 의해 1.3m/s² 이상 감속하면 제동등이 켜져야 한다. 하지만 '가속 페달 해제에 의한 감속'이라는 전제 조건이 규정에 명시돼 있다. 이 탓에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살짝이라도 밟고 있으면 제동등이 켜지면 안 된다. 현대차·기아와 쌍용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은 정부의 규정을 잘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정부 역시 전기차의 감속률에 따른 제동등 점화에 관한 명시적인 표준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회생 제동 시스템이 1.3m/s²를 초과해 감속하면 제동등을 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문제를 인식하고 자동차규칙 제15조 10항을 손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 하반기까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더라도 제동등이 들어오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4년 초에 출시될 국내 제작 전기차부터 해당 규정을 준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 현대차·기아 "올해 출시 전기차에 선제 조치"

정부의 규칙 개정에 앞서 현대차·기아는 선제적인 조치에 나셨다. 올해 출시한 전기차에는 'i-페달' 모드에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일 때 가속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지 않아도 제동등이 꺼지지 않도록 개선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출발해 충남 부여군까지 약 210km 구간에서 기아의 첫 대형 전동화 SUV인 'EV9'를 시승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관건은 정부의 규칙 개정 전에 생산·판매된 전기차의 소급 적용 여부다.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바뀐 규정에 따라 기능을 개선해 주는 것 외에는 리콜 등을 강제화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보급을 주도한 전기차로 인한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계 부처의 맞춤형 대책과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 정부 당국과 제조사가 전기차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교육·홍보하고,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항상 원페달로 주행하고 있다"며 "원페달 모드가 편하기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들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따금 떠오르는 걱정은 혹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세게 밟아 '급발진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까'하는 것"이라며 "제동등으로 인한 사고도 가끔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회생 제동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브레이크보다 제동력이 훨씬 강해서 제조사들도 민감하게 봐야 한다"며 "제조사들은 법 규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의 개정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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