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운동 어려울 것” 보고서 낸 애널리스트, 개미한테 고소당했다

이인아 기자 2023. 6. 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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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에치에프알 보고서 발간 후 소액주주 원성
법무법인 사유, 시세조종 혐의로 하나증권 연구원 고소

“최근 에치에프알 소액주주들의 지분 모으기가 활발하다. 경영진에게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주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취지인 것 같다. 취지는 좋지만, 소액주주들이 기대하는 결과가 도출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낸 기업 보고서 중 일부다. 목표주가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주주운동을 방해하려는 증권사의 농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보고서를 낸 증권사 연구원이 고발당하는 사태로 번졌다.

하나증권에서 발간한 에치에프알 보고서 내용 중 일부.

29일 이상호 법률사무소 사유 대표 변호사는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 고연수 연구보조원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가 의심된다며 전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이 코스닥 상장사인 에치에프알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발간 의도가 의심된다며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호 변호사는 한때 에치에프알 주주였으나 현재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번 고발은 개인 자격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1일 김 연구원이 낸 에치에프알 보고서에서 시작한다. 당시 김 연구원은 에치에프알이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김 연구원이 에치에프알 실적 추정치를 자주 바꿔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증권은 지난 1월 목표주가를 6만8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가 5월에는 다시 5만원으로 내렸다. 이어 이달 3만원으로 재차 낮췄다. 하반기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가 4개월 만에 번복한 셈이다. 김 연구원이 낸 보고서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소액주주 운동에 대한 평가도 원성을 산 이유 중 하나다. 통상 기업 보고서에는 실적 전망, 사업 현황, 목표주가 추정치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을 위한 근거가 담긴다. 이와 달리 해당 보고서에는 소액주주 활동이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평가가 담겼다. 해석에 따라 투자 근거로 볼 수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주주들의 입장이다.

고발장을 낸 이상호 변호사는 “소액주주 운동 관련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는데, 무슨 근거로 어떤 취지에서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에치에프알이 코스닥150에 편입된 후 목표주가를 급격하게 낮춘 보고서가 나왔는데, 주가도 급락해 제3자가 연루된 건 아닌지 시세조종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에치에프알은 지난 20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편입됐다. 코스피200·코스닥150 편입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가능하다. 다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에치에프알 공매도 잔고 수량은 6만9717주로, 비중 기준으로는 0.52% 불과하다. 코스닥150지수 편입 이후 공매도 잔고가 늘어났지만, 절대적인 수량은 미미한 편이다.

보고서를 낸 김홍식 연구원은 “에치에프알이 지난달 31일 기업설명회(IR)를 가진 후 다음 날 주가가 12%가량 빠졌다”며 “당시 수주 불확실성을 인지했고, 이후에도 하반기 실적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의견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우려를 감안해 실적 전망치를 낮춘 기업인데, 소액주주 운동으로 인한 주가 부양을 기대하며 혹시라도 투자하는 이들이 생길까 봐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며 “주주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지만, 투자 근거로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증권사, 연구원과 법적 공방을 벌이더라도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실익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언이다. 우선 연구원이 자료를 낸 후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어서 연구원에게 손실 책임을 묻기 부적합하다는 점도 있다.

2019년 키움증권이 발간한 솔브레인 보고서를 두고, 주주들이 연구원에게 주주집단소송을 건 사례도 비슷하다. 당시 주주들은 키움증권이 낸 솔브레인 보고서 중 잘못된 내용이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 수정된 보고서가 나오자 허위 사실을 담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들이 힘을 모아 증권사를 고소했지만, 민사소송에서 키움증권이 모두 승소했고 형사소송은 불기소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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