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 루체른심포니도 깜짝…'멋지다 임윤찬'[리뷰]

박주연 기자 2023. 6.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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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18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고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소년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모차르트의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한없이 매끄럽고 가벼웠고, 끝없이 무겁고 격정적이었다. 악단은 미소를 지었고, 관객들은 숨죽였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클래식 스타 임윤찬(19)이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18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고(最古)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췄다. 국내에서 이뤄진 임윤찬의 첫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였다.

관객들도, 오케스트라도 이날은 잔뜩 들뜬 분위기였다. 공연 시작 전부터 기념사진 촬영용 패널 앞에 줄이 장사진을 이뤘다. 10대 소녀부터 70대 할머니, 외국인 팬들, 안내견과 함께 온 시각장애인까지 세대, 연령, 국적을 초월한 다양한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1, 2, 3층 객석과 합창석까지 롯데콘서트홀 2036석 객석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날 공연은 관람권 판매 시작 몇 초만에 전석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18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고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루체른 심포니가 미하엘 잔데를링의 지휘로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서곡을 연주, 관객들을 환상의 무대로 이끌었다.

1805년 설립된 루체른 심포니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악단이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유럽 최고의 여름 음악 축제 '루체른 페스티벌'의 정규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책임진다. 거장 지휘자 쿠르트 잔데를링의 아들로 잘 알려진 미하엘 잔데를링이 상임 지휘자로 악단을 이끌고 있다.

연주가 끝나고 피아노가 무대로 들어왔다. 관객들은 오페라 글라스를 꺼내들었고, 악단 단원들의 표정에서도 미세한 흥분이 떠올랐다.

더벅머리 소년이 리본 넥타이를 나부끼며 무대로 뛰어들어왔다. 임윤찬이었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날 협연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0번 d단조'. 모차르트의 작품 중 드물게 단조인 작품으로, 비극적 감정선과 불꽃튀는 어두운 감정으로 시작돼 마지막 순간에 경쾌하고 힘찬 D장조로 마무리된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18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고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om *재판매 및 DB 금지


임윤찬이 피아노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합주에 몸을 둥글게 흔들며 빠져들던 임윤찬이 잔데를링과 눈을 맞추며 묵직한 슬픔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임윤찬의 손끝이 한없이 가볍게 미끄러지며 처연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음악에 집중했다.

슬픔 가득한 1악장이 끝나면 무언가를 어루만지는 듯 부드러운 2악장 로망스가, 변화무쌍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3악장이 이어진다. 음악에 빠져들어 몸을 뒤로 제칠 때마다 더벅머리에 가려져 있던 임윤찬의 얼굴이 드러났다. 오케스트라 없이 독주자가 마음껏 기교를 발휘하는 '카덴차'에서 임윤찬의 기량은 더욱 돋보였다. 한음 한음이 명확한 특유의 타건으로, 자신만의 해석이 돋보이는 강렬한 연주를 선보였다.

작품이 끝난 후 임윤찬은 앙코르곡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마지막 진혼곡)'를 들려줬다. 관객은 물론 악단까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임윤찬에 빠져들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18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고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앙코르 후에도 박수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악장이 검지손가락으로 1을 만들어보이며 한곡을 더 연주해 줄 것을 청했고 임윤찬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너무나 잘 알려진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가 흘러나왔다. 초등학생 시절 피아노학원에서 배우던 소곡집에 실려있던 바로 그 곡이다. 너무 익숙한 곡이어서일까.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임윤찬의 유머레스크는 달랐다. 그는 너무나 익숙한 그 곡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펼쳐나갔고,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두번째 앙코르가 끝나고도 박수가 끊이지 않자 임윤찬은 손으로 '이제 그만'을 표하며 소년미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관객들의 웃음이 다시 터졌다. 임윤찬과 미하엘 잔데를링이 뜨겁게 포옹하고 이날의 협연이 마무리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18년의 역사를 가진 스위스 최고악단 루체른 심포니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루체른 심포니는 임윤찬이 떠난 2부에서 펠릭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A장조 이탈리아'로 관객들을 뜨거운 여름의 이탈리아로 데려갔다.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앙코르로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브람스 헝가리무곡 제 5번도 선사했다. 잔데를링은 헝가리무곡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관객들은 박수로 오케스트라와 박자를 함께 타고, 때로는 멈추며 오케스트라와 하나가 됐다.

임윤찬과 루체른심포니는 오는 7월2일 예술의전당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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