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언한 '공공 의료데이터' 개방…개인정보보호는 어떡하나

정기종 기자, 박미리 기자 2023. 6.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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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디지털 헬스케어, 돈 될까④
[편집자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촉망받는 미래산업이란 평가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여건은 갖춰졌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너도나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데, 정말 돈이 될까. 규제 장벽을 넘고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글로벌 기업이 파산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과 암을 짚을 때가 됐다.

"당신의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 시장에서 수익 사업에 활용한다면 동의하시겠습니까?"

디지털 헬스케어와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더구나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의료 정보라면 더 보안에 엄격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개인의 의료 정보를 국민건강보험(건보)과 의료기관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다룬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산업이나 시장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여러 전문가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의 가장 큰 난관으로 규제 문제를 꼽는다. 그래서 얽히고설킨 규제의 실타래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개인 의료 데이터 개방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민간 시장 등 이해관계자가 개인 정보 보호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이란 공통의 목표를 위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입증된 원격의료 가치…"육성 망설이다 뒤쳐지지 말아야"
전세계는 최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개별 국가의 의학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목격했다. 팬데믹 초기 미국에서 개발하고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을 구하기 위해 각 나라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두가 똑똑히 봤다.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문제를 떠나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보건 위기가 닥쳤을 때 다른 나라의 지원을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개인 의료 정보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발전을 등한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가 당장 개인의 생사와 직접적으로 영향이 깊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을 때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 제품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는 전반적인 보건 안보나 연구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시장을 키우는 데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우리 기업이 활발하게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디지털 기술 급성장과 맞물려 디지털 헬스케어는 최근 5년간 규제개선과 규제 특례 등 제도 개선에서 큰 변화 양상을 보였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민들이 제한적으로나마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부인 비대면 진료를 체감하면서 인식과 효용성이 가파르게 제고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공공 의료데이터 개방 확대 추진…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도
정부 역시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규제 개선을 주제로 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혁신 디지털 의료기기의 경우 한시적 비급여로 먼저 사용하고, 건보 등재 단계에서 의료기술평가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환자가 동의할 경우 의료기관이 안전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제3자에게 개인 의료데이터를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른바 '의료 마이데이터' 추진이다.

또 의료 데이터의 활용 및 디지털헬스케어 규제 개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제정하기로했다. 이어 6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고도화를 위한 공공 보건의료데이터를 대규모로 마련해 개방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100만명 규모의 개인 임상·유전체 정보와 건강정보 등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이 골자다.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2만5000명의 데이터를 개방한 뒤, 3년 단위로 구축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2032년에는 100만명의 통합 데이터 전체 개방이 목표다. 수요자의 데이터 접근성 제고를 위해 데이터심의위원회(DRB), 생명윤리위원회(IRB) 등 절차와 제도 역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단계 하향으로 법적 근거를 상실한 기존 비대면 진료를 대신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7일 열린 보건복지위 제1법소위원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4건의 법률안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안(2건) 논의가 포함됐다. 아직 세부 조정은 남았지만 법제화 자체에 대한 큰 틀의 논의는 완료된 만큼 의결이 유력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태형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본부장은 "다른 선진국 대부분은 원격의료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반쪽짜리 시범사업에 그쳤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비대면 진료가 불법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역량을 키우고 있는 해외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한국은 후발주자에 머무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나 국민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사업적 측면에선 정부의 규제나 시장의 보수성을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는 이미 사용 중인 좋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있고, 소외지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익 목적의 활용 vs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합의는 아직
다만 의료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공익적 차원의 정보 공개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정반대 개념이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가 기존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료계와 입장차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결국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정책 추진 단계에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을 열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의료 데이터의 민간 시장 활용과 관련한 문제는 결국 사회적 합의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 의료 정보 보호와 시장 성장을 둘 다 100% 만족하기 어렵다. 이 두가지 가치가 이율배반적인 점을 인정하고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냐에 대한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반영한 세부 기준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단점이 명확한 의료 데이터 활용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제도의 취약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다.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원천이 민감한 건강 데이터인 만큼 규제 개선 속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데다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심스러운 접근도 필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가명정보 이용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과 함께 개인정보 관리 강화와 규제 절차의 복잡성 해소를 동시에 도모하는 탄력적 규제가 운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동의 기반의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국가마이데이터 혁신추진전략이 예고된 만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에 따른 데이터 유통 관련 보상체계를 마련해 정보 주체의 적극적 참여를 견인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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