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국가세력” 연설에… 野 “자유 설파하며 평화 공격”

“선거로 뽑힌 前정부를 반국가세력 규정
국민통합 정책에 정면 배치···국민이 걱정”

윤석열 대통령이 남북 종전선언을 주장한 이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국민통합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전임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아서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남북 종전선언 추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대북 정책이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전날 ‘반정부세력’ 발언이 사실상 문 전 대통령과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박정희정부의 7·4 남북공동선언, 노태우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 노무현정부의 10·4 남북공동선언을 계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넘겨주기 위한 절실하고 절박한 노력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의 선거로 뽑히고 국민의 동의 위에서 추진된 한반도 정책을 문제 삼아서 전임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국민통합의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통령의 인식과 말이 국민을 걱정스럽게 하면 할수록 국정운영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자유를 설파하면서 평화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의장은 “소름 끼치는 (윤 대통령의) 어제 연설로 민주당은 반국가단체가 됐다”며 “문 전 대통령은 간첩이 됐고, 지지하는 국민은 돈과 출세를 바라는 사람이 돼 버렸다”고 했다. 이어 “증오를 부추기는 선동 연설로 광기의 사회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힌 것”이라며 “문제는 우리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고 하는 낙인이 자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것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부의장은 “이미 세계는 이념에서 벗어나 실리 경쟁을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이데올로기적 확신에 사로잡힌 대통령을 상대하게 됐다”며 “잘못된 신념은 엄청난 비극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히틀러와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경험했다”고 했다.

배민영·최우석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