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신종 펫숍'이라는 괴물, 어떻게 탄생했나
'유기견 보호소'로 둔갑한 '신종 펫숍'이 8뉴스 리포트와 비디오머그 '일단가봐'에 나간 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과 제가 받은 메일을 보면서 공감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어떻게 '신종 펫숍'이라는 괴물이 생겨났을까?
"코로나가 한창 확산하던 시기, 강아지 입양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펫숍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특히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포털 광고 검색어 순위가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 펫숍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었습니다."
포털의 키워드 노출 순위는 입찰 경쟁 방식입니다. 높은 금액을 써서 내는 업체가 상위에 노출되는 형식이라서 서로서로 더 높은 금액을 쓰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가 특정 견종을 검색해 업체 홈페이지로 들어올 때마다 업체는 포털에게 1회에 몇 만원씩 지불하고, 이게 쌓이면서 한 달 광고 비용으로 수억 원을 쓰는 사태까지 갔습니다. 출혈 경쟁이 심해지자 일부 업체가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비딩 가격이 저렴한 '유기견 보호소'를 검색어로 넣은 거예요. 그렇게 하니까 광고비는 저렴해지고, 유입량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이제 '유기견 보호소' 검색해서 온 사람들을 잘 구슬리기만 하면 된 건데, 그것 역시 너무 쉬웠습니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방법'은 앞선 기사에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우선 '유기견 보호소'가 되기 위해선 그럴 듯한 '유기견'이 필요하겠죠. 강아지를 파양 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이를 잘 돌봐주겠다"면서 관리비와 함께 강아지를 받습니다.
이 강아지는 '미끼'가 됩니다. '유기견 보호소'를 검색한 뒤 매장으로 전화를 걸거나 카카오톡으로 문의 메시지를 보내면 "무조건 매장으로 와라"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렇게 현장에 온 사람들에겐 파양견을 소개하면서, '유기견' 대신 '파양견'이 있다고 말합니다. '유기견'과 '파양견'은 모두 버림받은 불쌍한 강아지라는 걸 강조하면서도, 물어보지도 않은 파양견의 문제점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펫숍의 귀여운 강아지를 안겨줍니다. 아이와 함께 간 가족이라면 작고 귀여운 펫숍 강아지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걸 노린 거죠.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얼떨결에 '펫숍 강아지'를 사가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에서 '신종 펫숍'은 언제나 돈을 법니다. 사람들이 못 키우겠다고 보내는 강아지는 관리비를 받고 '파양견'으로 받습니다. 그리고 '파양견'을 '유기견'이라고 속여서 보낼 때도 '책임비'와 '물품 구입비'를 요구합니다.
게다가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고 밝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펫숍 강아지를 판매할 땐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사기'에 가까운 이 수법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매출은 수직 상승했고, 이 업체는 여러 지점까지 늘리며 사업을 확장합니다.
지점에서 수법을 배운 직원들은 새로 펫숍을 내서 같은 방법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다른 업체들까지 이 수법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제보를 했던 현직 직원은 "괴물이 탄생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결과, 지옥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최근 파양 동물들을 방치해 1,200마리를 떼죽음에 이르게 한 업체가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동물농장과 SBS 뉴스에도 보도됐죠.
이곳도 '신종 펫숍' 중 한 곳인데, 동물들을 임시로 맡아주고, 입양도 보내주겠다고 관리비를 받아놓고서도 파양견을 방치한 겁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7247038 ]
김혜민 기자 kh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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