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없는 보호소’ 광고에 속지 마세요!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최근 국회에 "동물보호소로 오해할 수 있는 광고를 금지하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은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로 오인하게 하는 명칭을 사용해 상호를 게시하거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민간동물보호시설이란 개인이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사설보호소)를 의미하는데요. 4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설보호소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신고해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신고된 유기동물보호소가 아니면 보호소라는 명칭을 상호로 내걸거나 보호시설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자는 게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요지입니다.
‘봉이 김선달' 신종 펫숍 주의보
‘안락사 없는 보호소' '행복한 동물요양보호소' '동물을 위한 보호소' '동물 안심입소'… 인터넷을 보다가 이런 광고 문구를 한 번쯤은 접했을 겁니다. 이런 문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 있고, 내 반려동물이 늙거나 아플 때 맡길 수 있는 동물보호소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 광고는 모두 보호소가 아닌 '펫숍'(동물판매업) 광고입니다. 동물을 사고파는 펫숍을 마치 보호소인 것처럼 눈속임해 홍보하고 있는 거죠.
최근 들어 이런 '신종 펫숍'이 우후죽순 늘고 있습니다. 수년 전 한 신종 펫숍 업체가 보호소를 가장해 온라인상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한 게 그 시초였습니다. 해당 업체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반려동물 분양이 늘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했고 지금은 전국에 30개 넘는 직영 매장을 갖춘 어엿한 기업이 됐습니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안심입소 신청'이라는 게시판이 있는데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입소 신청 글이 올라옵니다. 입소라는 단어를 사용해 마치 보호소에 들어가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사실은 '반려동물 파양을 신청하는 게시판'입니다. 여러 이유로 반려동물을 더는 키울 수 없는 사람들이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쉽게 파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죠. 이때 고액의 파양비도 받습니다.
비품종견(믹스견)이 대부분인 진짜 동물보호소와 달리 신종 펫숍에는 품종견, 품종묘가 많습니다. 안심입소를 통해 어린 품종견, 품종묘가 많이 파양되기 때문이죠. 이들 업체는 돈을 받고 이런 강아지, 고양이를 데려온 뒤 유기동물로 둔갑시켜 다시 새로운 보호자에게 분양합니다. 광고를 보고 오인한 보호자는 자신이 유기동물을 입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한 번도 공고되지 않은, 파양된 반려동물인 겁니다. 일부 동물단체는 이런 신종 펫숍의 행태를 두고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보다 더 하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파양비 수백만~수천만 원씩 챙겨
이 신종 펫숍은 '안락사 없이 끝까지 책임진다'며 보호자들로부터 수백만~수천만 원씩 파양비를 챙긴 뒤 동물처리업자에게 동물들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업체 대표와 직원들, 동물처리업자는 모두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보호소를 가장한 신종 펫숍은 넘쳐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보호소로 오해할 수 있는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겁니다.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보호소처럼 광고'하는 신종 펫숍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또 다른 형태의 신종 펫숍이 언제 등장할지 모릅니다. 결국 보호자와 예비 보호자가 이 같은 사건에 관심을 갖고 보호소로 위장한 광고에 속지 않아야 계속해서 나타날 새로운 형태의 신종 펫숍이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은 분들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길 당부 드립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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