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5년 새 확 달라진 LG 구광모號…'뉴 LG' 미래 청신호
LG 新 먹거리 중심 축 전자 VS사업본부도 출범 10주년…"글로벌 선도기업 될 것"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29일 ㈜LG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참석해 이처럼 다짐했다. 당시 LG전자 상무에서 갑자기 회장으로 올라선 것은 부친인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40일 전 별세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매출 160조원 규모, 재계 4위 그룹을 맡게 된 구 회장의 나이는 만 40세였다.
구 회장은 29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LG그룹에선 따로 기념 행사를 가지지 않지만, 재계에선 구 회장이 '고객 가치'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그룹 시가총액을 3배로 늘리는 등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며 그동안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 "확 달라진" 구광모 체제 5년…그룹 시총 3배 껑충
실제로 ㈜LG에 따르면 LG그룹 매출은 구 회장 취임 이전인 2017년 147조620억원에서 지난해 190조2천925억원으로, 자산은 2017년 123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171조2천440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매출은 43조2천305억원(29.3%), 자산은 48조1천440억원(39.1%) 증가했다. LG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 취임 당시 88조원(우선주와 LX그룹주 제외)에서 257조5천억원으로 약 3배 늘었다.
LX그룹 분리와 비주력·부진 사업 정리 등 사업 재편 가운데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2021년)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2019년), LG화학 편광판 사업(2020년), LG전자 태양광 사업(2022년) 등을 차례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유능한 외부 인재들도 속속 합류했다. 실제 3M 해외사업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을 포함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LG로 영입한 임원급 인재는 1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LG AI연구원에는 2020년 세계적인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의 최고AI과학자(CSAI) 영입 이후 글로벌 석학의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미래 준비'라는 경영 키워드를 앞세워 '뉴 LG'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2019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한층 구체화한 고객 가치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또 배터리와 전장 사업 등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재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그 동안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하는 한편, OLED와 배터리, 전장, AI 등 성장 사업에 투자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 주요 계열사 7곳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천억원에서 8조2천200억원으로 77.4%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 현대차·GM 사로 잡은 LG 전장…구광모 체제서 빛 발해
전장 사업에선 LG전자를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는 전장(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중 차량용 통신모듈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선 1위 업체로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 발표 자료를 기준으로 한 자체 추정치에 따르면, LG전자 텔레매틱스는 올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22.4%)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시장에서도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LG전자 VS사업본부도 비슷한 시기인 오는 7월 1일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LG전자는 2013년 VS사업본부(옛 VC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육성해왔다. 당시 인포테인먼트 부품 사업을 하던 카(Car)사업부, 전기차용 동력계 부품을 개발하던 EC(Energy Components)사업부와 2013년 인수한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V-ENS를 하나의 사업본부로 통합한 바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 10년간의 투자와 사업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며 지난해 매출 8조6천496억원, 영업이익 1천696억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G전자 전장사업의 누적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80조원대를 기록했으며 지속 확대 중이다. 업계에선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잔고가 1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했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 출범 10주년을 기념해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도전의 10년, 함께 만들어가는 비전 2030'을 주제로 출범 1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는데, 2030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끄는 글로벌 전장 부품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행사에는 LG전자 CEO 조주완 사장, VS사업본부장 은석현 부사장을 비롯해 VS사업본부 임직원 3천여 명이 참석해 지난 10년 동안 함께 일궈온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글로벌 전장시장의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고객의 신뢰와 직원들의 헌신으로 VS사업본부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며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주는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이어나가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번 기념 행사에는 현대자동차, GM, 르노 등 LG전자 VS사업본부의 고객인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10주년을 축하했다.
안형기 현대자동차 전자개발센터장 겸 모빌리티기술센터장은 "LG전자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양사가 힘을 합쳐 자동차 업계를 이끌어가는 혁신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 부사장은 "VS사업본부는 지난해 흑자 전환을 달성하는 등 건실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며 "앞으로 펼쳐질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이끄는 전장사업의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배터리·전장 앞세워 '뉴 LG' 구축 속도…"구광모 式 리더십 발휘해야"
구 회장 체제에 들어선 후에는 OLED TV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선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OLED TV가 프리미엄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두 업체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도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를 바탕으로 LG는 미래 자동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ABC' 분야 등 미래시장 창출을 위해 5년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총수에 오르면서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후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또 구 대표는 지난달 사장단 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임직원들에게 미래 준비에 철저히 나설 것을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지난 5년간 그룹의 지배구조 격동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었지만 본격적인 도약기를 앞두고 적잖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특히 계열사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확대, 조직문화 개선 등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임 5년이라는 전환점을 맞은 구 회장이 '실용주의'를 중시하고 있는 만큼, LG에서 조만간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비교될 정도의 대대적 사업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LG화학에서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한 메일을 임직원에게 보낸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구 회장이 다른 총수들과 함께 올 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일본·프랑스·베트남 순방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외 공개 행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구 회장은 다른 총수들과 달리 조용히 경영 활동에 집중하며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는 오너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좀 더 드러내며 복합 위기를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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